"노래 3곡에 2천만원을 쓰다니, 안 그래도 등록금 부담에 허리가 휠 판인데 심한 낭비다." "유명가수를 직접 볼 수 있어 즐겁다."
축제철에 접어든 대구경북 지역 대학가에 인기 가수 초청을 둘러싸고 학생들 사이에 논란이 불붙고 있다. 올해 초 등록금 인상을 두고 반발했던 학생들이 가수 출연료로 한 회에 수천만원씩 쓰는 것은 지나친 낭비라는 의견과 1년에 한 번뿐인 축제를 즐기기 위해선 출연료에 지나치게 인색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달 25일부터 3일 동안 축제가 열리는 경북대의 경우 '걸스데이' 등 인기 가수들을 초청하는 비용으로 2천250만원을 들인다. 이에 대해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올해 초 대학에서 등록금 인상안을 내세웠을 때 반발했던 총학생회가 축제 한번에 수천만원씩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
이 대학 4학년생 윤성준(25) 씨는 "국립대의 경우 한 학기에 기성회비를 100만원가량 내는데, 가수 한 명을 부르려면 최소한 학생 10명의 등록금이 필요하다. 연예인 없어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우리들만의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영남대도 이달 25일 시작하는 축제 때 걸그룹 '포미닛'과 가수 '싸이'를 초청하는데 3천700만원을 책정했고, 대구가톨릭대는 11~13일 축제기간 동안 가수 '에이트' '45RPM' 등을 초청하기 위해 2천만원을 들였다.
대구가톨릭대 허모(24'여) 씨는 "비싼 등록금 때문에 부모님께 고개를 못들 지경인데 수천만원을 들여 가수를 불러야 하느냐. 총학생회와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연예인 초청도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축제를 위해서는 인기 연예인들이 필요하고 축제를 통해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지출은 감수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대구대 1학년 김소영(19'여) 씨는 "연예인을 부르지 않고도 축제를 재밌게 보낼 수 있다면 동의한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1년에 한 번 하는 축제에 인기 가수 한 명쯤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각 대학 총학생회 측은 대학축제 때 인기 가수를 섭외하지 못하면 능력 부족으로 생각하는 분위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영남대 김태우 총학생회장은 "대학 축제가 인기 가수에 목을 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학교 규모와 등록금에 비해 초청되는 연예인 수준이 떨어진다는 학우들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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