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멘트로 도배 금호강, 생태하천 맞나

갈대숲·흙 걷어내고 콘크리트 블록 깔아…

13일 오전 금호강 생태하천 조성사업의 하나로 영천시 영동교 아래 건설 중인 물놀이장. 갈대숲을 걷어내고 대형 시멘트 블록으로 뒤덮여 생태하천과는 거리가 멀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3일 오전 금호강 생태하천 조성사업의 하나로 영천시 영동교 아래 건설 중인 물놀이장. 갈대숲을 걷어내고 대형 시멘트 블록으로 뒤덮여 생태하천과는 거리가 멀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금호강 생태하천 조성사업이 대규모 시멘트 구조물로 뒤덮이면서 생태하천이 아니라 '시멘트 하천'으로 전락하고 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3월부터 2012년 3월 완공 목표로 300억원을 투입해 영천시 성내'조교동, 금노동, 금호읍 관정'황정리, 금호읍 덕성리 등 금호강 4개 구간 16.1㎞에 '금호강 영천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부산국토관리청은 생태하천을 조성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놓고 영천시를 가로지르는 금호강변의 우거진 갈대 숲을 모두 걷어냈다. 또 갈대 숲 등 생태하천 조성 구간 상당지역에 모두 시멘트를 깔아 대형 물놀이장, 휴게광장 등을 건설하고 있고, 하천변 곳곳의 잔디광장도 대형 시멘트 블록을 깔아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생태하천' '생태공원'이 아니라 '시멘트하천' '시멘트공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강변 둔치 상인들은 하천 통행로가 사라지고, 주차장이 좁아 생계에 타격을 입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 김모(56) 씨는 "생태하천 조성사업이라고 그럴듯하게 홍보하고 있는데, 실제 금호강 구간에는 나무나 흙은 구경하기 힘들고, 시멘트만 뒤범벅이 돼 있다"며 "생태하천이 아니라 생태파괴하천 아니냐"고 말했다.

일부 문화단체 등도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명목으로 성내동 금호강변에 대형 주차장을 없애 각종 문화행사도 제대로 못 치를 판"이라고 말했다.

강변 둔치 식당 상인들과 영동교 밑 '마늘장' 상인들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강변 둔치 상인들은 "생태하천 조성 이후 영천교∼영동교∼영화교 주변의 하천 차량통행로가 없어지고 주차장이 협소해 생계에 타격을 받고 있다"며 "생태와 거리가 먼 인공구조물로 공원을 조성하면서 서민들의 생계를 외면하는 것은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천공설시장 인근 영동교 밑의 강변장에서 장사하다 생태하천 조성사업으로 영천역 인근 도로변으로 옮긴 상인들도 "마늘, 고추, 묘목, 닭 등을 팔아온 '마늘장'에는 대구, 포항, 경주, 울산 등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았는데, 잔디블록 광장에는 주차장이 없어 장사도 못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생태하천은 말 그대로 자연에 맡겨두는 것인 반면 금호강 생태하천 조성사업은 한강이나 태화강을 모델로 인공을 가미한 공원화 사업"이라며 "상인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상인대표 등과 만나 주차장 면적을 일부 넓혔다"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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