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포항과 과학벨트

노벨사관학교로 불리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지난해 6월 최종적으로 한국 연구소 입지를 포항으로 결정할 때 고려한 것은 우수한 연구 인프라였다.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어떤 곳인가? 배출된 노벨상 수상자만 31명. 연간 13억 2천500만 유로(한화 약 1조 6천억 원)의 예산을 갖고 4천700여 명의 과학자가 연구 활동에 전념하는 세계 최대 기초과학 연구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포항을 선택했다. 세계무대에서 성과를 드러내는 포스텍과 포항지능로봇연구소, 나노기술집적센터 등 140여 개의 연구 인프라가 왕성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항에는 또 한국 최초의 방사광가속기가 순수 국내 기술로 건설돼 운영 중이다. 해외 석학들도 방사광가속기를 대한민국의 성공 사례로 인정하고 있다. 2001년 문을 연 기초과학 국제연구소인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역시 포항의 자랑거리이다. 공동 연구를 수행할 능력 및 성과를 가진 연구자가 포스텍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포항이 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핵심인 거점지구 유치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 들어설 거점지구(최소 165만㎡'50만 평)를 조성 중인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와 경제자유구역 부지에 건설하겠다는 것이 포항시의 구상. 방사광가속기에다 경주의 양성자가속기, 중이온가속기까지 합치면 세계 유일의 가속기 클러스터 구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포항시의 목표 달성이 순탄치 않다. 동남권 신공항 요구를 무력화시킨 서울 지역 언론들이 대전'대구'광주 삼각 분산 배치설을 흘리며 딴죽을 걸고 있는 것. 정부는 정부대로 유치에 목을 매는 다른 지역의 눈치를 보며 공정하지 않은 잣대를 들이대려 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과학벨트와 관련 ▷불합리한 평가 기준 ▷삼각벨트 분산설 ▷평가 순위 언론 유출 등 일련의 불공정한 행태에 대해 분노한다. 과학벨트 입지 결정이 정치논리와 지역이기주의가 결합한 불공정한 평가에 의해 이뤄진다면 엄청나게 불행한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 및 타 지역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감지한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13일 과학벨트의 공정한 평가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처럼 불공정한 잣대를 갖고 오판을 함으로써 민심을 잃는 불행한 사태를 야기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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