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립무용단 창단 30주년 기념 '청산별곡' 무대에

운명 같은 삶의 무게 훌훌 터니 이상 세계 '청산'이 눈앞에

▲대구시립무용단이 창단 30주년 기념공연으로 31일과 6월 1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대구시립무용단이 창단 30주년 기념공연으로 31일과 6월 1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청산별곡'을 공연한다.

대구시립무용단(예술감독 박현옥)이 창단 30주년 기념공연(제59회 정기공연)으로 31일과 6월 1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청산별곡'을 공연한다.

고려가요 '청산별곡'에서 말하는 청산과 바다는 인간이 꿈꾸는 이상의 공간이며, 누구라도 가고 싶지만 현실에 갇혀 갈 수 없는 공간이다. 대구시립무용단의 이번 공연은 우리가 현실 속에서 어떻게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지 묻고 답한다. 대답은 물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관조적 자세'이다. 마음 속의 탐욕과 이기심을 버리고, 세상만사를 있는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채우는 것이 곧 청산에 다다르는 길이란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보여줄'청산'은 현실의 속박과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보편적 의지인 동시에 현실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수도자의 행위이기도 하다.

작품은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시름없이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현실탈피와 이상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한다. 2장 '운명 같은 삶의 무게'에서는 현실의 고통이 더욱 강해진다. 3장 '새가 날아가듯 나도 걸어가네'는 현실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떠남을 암시한다. 4장 '머루랑 다래랑 먹고'에서는 청산과 바다에 살기 위한 조건을 보여준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암시하는 것이다. 5장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에서는 채우고 비움, 처해 있음으로 삶의 고통과 기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번 공연 '청산별곡'에서 돌아온 현실(혹은 발견한 현실)은 원래의 '현실 그대로'가 아니다. 현실은 그대로 있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체념한 것이 아니라, 이른바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은 애초에 떠나지 못한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돌아온 그'는 '애초의 그'가 아니다. 또한 여기서 '현실부정'은 단순히 '지금까지 이룩해낸 것들을 깡그리 무시하는 어리석음'이 아니다. (천신만고 끝에 시험에 합격하거나 회사에 입사한 사람이 합격한 그날부터 떠날 궁리를 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쿨한 것으로 착각하기 십상이지만.)

총연출 및 안무를 담당한 박현옥 대구시립무용단 감독은 "열심히 비우고, 또 채우고, 어머니가 퍼 주는 넉넉한 밥그릇을 비우고, 거기에 또 자신을 담는 행위, 그것이 곧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 삶이며 청산이다" 며 "우리 선조들이 가졌던 삶에 대한 관조적 자세는 1천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야 서구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팍팍하게 여겨지는 현실을 떠나 우리는 청산과 바다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일상으로 돌아온다. 일상에서 청산을 바라보고, 일상에서 청산을 향한 수도를 행할 때 우리는 진정한 '이상향'에 이른다는 말이다. 31일, 6월 1일 오후 7시30분, 공연시간 80분(해설포함), S석 2만원'A석 1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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