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만화 박정희 상중하(이상무 그림/ 조갑제 원작/기파랑 펴냄)

근대화 영웅? 비정한 독재자? 박정희의 두 얼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생을 만화로 그린 책 '만화 박정희 상중하'가 출간됐다. 출생부터 어린 시절, 만주군관학교와 한국전쟁, 5'16과 집권기 등 그의 일생을 다급하게나마 거의 아우르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그가 집권했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도 사람마다, 계층마다 달랐고, 현재의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다르다. 가난을 벗어나고, 자주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평생을 몸 바친 영웅이라는 평가와 '독재자'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특히 민주주의를 가장 중요한 정치적 가치로 평가하는 요즘의 젊은층은 그를 간단히 '독재자'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박정희를 독재자로 평가하든, 성장의 쟁기를 맨몸으로 끈 사람이라고 평가하든 그를 잘 모르고 내리는 평가가 대부분인 것 또한 사실이다.

박정희는 누구인가? 이 책은 이렇게 평가한다.

'박정희의 꿈은 자주적 근대화를 통한 민족중흥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권력과 부패의 늪에 발을 담그고 사방의 적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그들 자신도 지킬 수 없는 도덕과 명분론을 무기로 삼아 대책없이 퍼붓는 위선적 수구 지식인들의 세찬 도전을 그는 극복해야만 했다. 민주주주의 경험이 한 세대도 안 되는 이 나라에서의 서구적 선진 민주주의를 그대로 하지 않는다고 박정희를 독재자로 몰았고, 그래서 그는 독재자였다.'

박정희에 대해 '우리나라 역사 5천년 동안 4천950년을 알거지로 살았지만, 50년을 인간답게 살게 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박정희 집권 당시의 다수 지식인들과 정치적 반대자들은 박정희를 독재자로 규정했다. 그들은 박정희가 하는 거의 모든 정책을 '가망 없는 짓'으로 보았다. 고속도로 건설을 부자를 위한 유람도로 정도로 생각했고, 중화학공업 육성을 '참새 가랑이 찢어질 일'로 보았고, 일본과 국교 수교를 '굴욕'으로 보았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다음 끼니를 걱정할 때,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은 극소수의 국민이 원하는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주지 않았다고 그를 '독재자'로 규정했다. 박정희의 눈에 그런 식의 민주주의 요구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인식됐다.

이 책은 세계사에도 유례가 없는 인물 인간 박정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만화 3권으로 요약한 탓에 생동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기보다 다소 '나열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흔히 인물 이야기가 '미화 일색'인데 반해 이 책은 객관적 사실을 중심으로 쓰고 있다.

예컨대 원작자 조갑제 씨는 "박정희가 가장 사랑한 것은 한국사람, 특히 가난하고 어렵고 약한 사람들이었다. 가난과 망국과 전란의 시대를 살면서, 마음 속 깊이 뭉쳐 두었던 한의 덩어리를 뇌관으로 삼아 잠자던 민족의 에너지를 폭발시켰던 사람.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서는 '내가 죽거든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면서 일체의 변명을 생략했던 혁명가였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만화책에서는 지은이의 평가를 내리는 대신 '거리'를 두고 기록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박정희에게는 공과(功過)가 있다. 경제발전의 업적으로 그를 칭송만할 수도 없고, 독재라는 이유로 그를 비난만 할 수도 없다. 공과 과를 따져서 높이 평가할 것은 평가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 특히 그가 마주섰던 현실을 바탕으로 두고 점검해야 한다. 많은 외국의 학자들과 정치인들의 평가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유난히 호의적이거나 지나치게 비판적인 것은 우리가 한쪽 면만 보려고 고집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전에 박정희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박정희뿐만 아니라 역사 속의 많은 인물들과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자면 역사를 더욱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수많은 자서전과 일대기가 집필자 자신 혹은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게 현실이다. 3권 4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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