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단-2011 대구세계육상대회] <1>무관심한 시민들

산뜻한 홍보 이벤트 마련 잔치 분위기 띄우자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를 위해 19일 중구 동성로에 육상홍보관이 설치됐지만,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지나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를 위해 19일 중구 동성로에 육상홍보관이 설치됐지만,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지나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오는 8월 열리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2003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 때와는 달리 붐은커녕 대회가 언제 열리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체육계 관계자들은 적극적인 홍보와 참신한 시민 참여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대회개최가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외면하다 못해 차가운 분위기

대회 100일을 앞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무관심 그 자체다. 본지가 20대 성인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불과 3%(3명)만이 대회 개막일(8월 27일)을 알고 있었다. 6월이나 7월, 11월 등으로 대답한 사람도 20명이나 됐고, 심지어 내년으로 알고 있는 30대 남성도 있었다.

대구에 육상대회 붐이 일고 있느냐는 질문에 95명이 '아니다'고 응답했다. 대학원생 윤경혁(32) 씨는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인 육상은 스타 선수가 없으면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 찾고 즐길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한다"고 꼬었다.

주부 윤영미(35) 씨는 "동남권 신공항도 뒤늦게 바람이 부는 바람에 실패했듯이 이번 대회도 너무 늦게 붐이 일면 실패할 수 있다"고 했다.

◆전략 부재, 홍보 방식 바꿔야

시민들은 2011 대회조직위원회와 대구시의 홍보가 소극적이라고 보고 있다. 시민 권기범(32'동구 신암동) 씨는 "육상이 비인기 종목이라는 건 알고 있다면 시민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대회 유치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홍보에 나섰어야 했다"며 "대회를 코앞에 두고 하는 홍보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주부 신옥란(55'북구 서변동) 씨는 "신공항 백지화, 과학벨트 유치 무산 등으로 대구 전반에 위축된 분위기가 퍼져 있어 큰 국제대회가 전환점이 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부 시민과 외국인들은 대회에 대한 정확한 일정이나 참가 선수 등에 대한 정보 부족을 호소하기도 했다. 일본인 주부 구리바야시 가나에(43) 씨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도 대회 세부 일정이나 티켓 구매 방법 등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회 홍보에 대한 시민들의 체감도가 낮은 것은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홍보 방식 탓도 크다. 조직위가 대회 100일을 앞두고 기획하고 있는 각종 이벤트는 지난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와 판박이다. 대회를 앞두고 추진 중인 대학생 홍보단이나 시민 서포터스, 성공기원 음악회, 전국 순회 홍보 등은 이미 대구 U대회 때 선보였던 것들이다. 그나마 육상 붐을 조성하겠다며 제작을 지원한 홍보영화 '도약선생'은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선보인 뒤 아직 극장에 걸리지도 못했다.

◆시민 눈높이에 맞는 홍보 절실

답답한 시민들은 저마다 이색 홍보 방안을 쏟아냈다. 이현동(29'수성구 만촌동) 씨는 "마스코트가 대중교통을 타고다니며 홍보를 한다거나 지하철에 주요 참가 선수를 홍보하는 '테마 칸'을 만드는 등 구체적이고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종훈(28'달성군 화원읍) 씨는 "홍보책자나 포스터, 현수막 등으로는 대회 붐 조성에 한계가 뚜렷하다"며 "수첩이나 펜 등 실용적인 기념품으로 대회를 홍보한다면 시민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재(27'북구 대현동) 씨는 "'꼴찌에게 박수를'이라는 방식으로 한국선수들을 조명하는 등'애국심 마케팅'을 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거창한 전시성 행사보다는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홍보수단을 찾아야한다고 충고한다. 각급 학교에서부터 육상을 주제로 한 다양한 토론 및 실습을 통해 육상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강인호 계명대 교수(호텔경영학과)는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변 국가들과 연계해 행사나 이벤트를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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