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디지털 라이프] 통신업계, 네트워크 과부하 고민

아이폰 사용자인 이지현(30'여) 씨는 최근 "접속이 원활치 않습니다"는 메시지를 자주 보게 되면서 스마트폰 사용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문자를 대신해 카카오톡, 음성통화보다는 무료 인터넷 전화를 주로 사용하는 그녀는 요즘 접속 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푸념이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통신망 과부하 문제가 대두되면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와 테더링 서비스 유료화 등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이용자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통신업계에서는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지만 통신망 과부하가 계속되면서 언젠가는 지금보다 데이터 요금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데이터 무제한이 통화 끊김 주범?

최근 통화 끊김 현상의 주범으로 지목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이달 중 폐지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통신업계가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한 뉴스매체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를 보도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결국 하루 만에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부인하고 나선 것.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보도가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시민들은 분개했다. 네티즌들은 "콸콸콸을 외치며 유혹할 때는 언제고…. 예전처럼 요금폭탄 맞지 않을까 벌벌 떨며 써야 하느냐"면서 비난을 쏟아냈다. 통신업체들의 얄팍한 상술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데이터 무제한' 등을 이유로 소비자들을 유혹해 매월 5만5천원이 넘는 비싼 요금을 부담하게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통신설비 부족의 문제를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려 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5만5천원이 넘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사실 데이터 요금까지 결합한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비싼 요금제를 사용할 것을 설득하면서 가계 통신비 부담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2인 가구 이상)은 13만6천682원으로 전년보다 4.8% 증가해 관련 통계를 조사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통계청 측은 "초당 요금제 도입에 따라 휴대전화 통화료는 인하됐으나 스마트폰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월 4만5천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화 끊김 현상은 주파수 사용의 유한성 때문이다. 주파수는 음성, 데이터, 동영상 등을 실어나르는 보이지 않는 '도로'라고 할 수 있는데 무한정 쓸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보니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분배해 사용하는가의 문제가 대두되게 된 것.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주파수를 많이 갖출수록 다양하고 질 좋은(끊김이 적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좋은 대역의 주파수를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사운(社運)이 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현재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최근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른 데이터 트래픽 폭증을 위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2.1㎓(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팔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방통위와 통신사들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안을 흘려 여론을 떠보려는 것 아니었느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무제한 요금제 등장 이후 데이터 사용량 상위 1%가 전체 사용량의 40%를 차지하는 등 소수에 편중되는 부작용(헤비 유저 문제)을 강조해 왔다.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과부하 등의 이유로 내심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를 바라고 있지만 여론의 역풍을 우려, 직접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대신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가 당국의 압박 속에 통신요금 인하안을 만들어내야 하는 방통위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라는 당근으로 통신사들을 요금 인하에 동참시키려 한다는 관측인 것이다.

하지만 '헤비유저'에 대해 통신업체들은 이미 제재할 방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 요금인상의 핑계가 되지 못한다. 통신 3사는 모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대해 각 사가 정한 일일 사용량을 넘어선 사람에게 네트워크 과부하가 우려될 경우 일부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갖고 있는 것. 일부 통신업체들은 하루 사용량 70~210MB를 넘어설 경우 사용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테더링(tethering)은 어떻게?

테더링 역시 통신업계가 끊임없이 유료화 전환을 노리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다. KT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테더링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혀왔지만 사용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면서 아직 유료화 전환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테더링이란 스마트폰의 부가기능 중 하나로, 휴대폰 자체가 무선 모뎀(modem) 역할을 하는 기능을 말한다. USB 또는 블루투스(Bluetooth) 장치, Wi-Fi(무선랜) 등을 통하여 휴대폰에 노트북'넷북'태블릿PC'데스크톱PC'전자책단말기'PDA 등 IT 기기들을 연결함으로써 그 기기들에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 테더링 기능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태블릿PC 등 여러 기기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둘 다 갖고 있는 경우, 사용자는 아이폰만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해 있으면 아이패드를 통한 인터넷 사용은 추가 통신비 걱정 없이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망 트래픽이 증가해 3G 네트워크의 투자비가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테더링 제한 또는 유료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별도의 서비스 요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무제한 데이터 요금에서 차감되는 테더링 사용량에 대해 왜 별도의 요금을 부담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