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올라(payola)는 돈을 의미하는 '페이'(pay)와 1950년대 미국 방송사에서 흔히 사용하던 레코드 플레이어 '빅트롤라'(Victrola)의 합성어이다. '자판기처럼 돈을 주면 음악이 나온다'는 의미로 사용된 이 말은 20세기 미국 대중음악계 최대 추문 가운데 하나이다. 1950년대 들어 DJ들이 진행하는 음악순위 프로그램이 유행을 하게 되는데 음반 판매의 척도가 된다. 음반업자들은 DJ들과 음악프로그램 관계자들에게 금품 등을 제공하게 되고 방송을 통해 소개된 음반은 높은 판매고를 올리게 된다.
사실 미국에서 페이올라는 오래된 관행이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1950년대는 달랐다. 1페니를 주면 한 번 방송이 된다는 소문부터 온갖 추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미국 하원은 1959년, 뇌물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다루기 시작했고 이듬해 9월, 페이올라를 범죄 사건으로 다루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타격을 받은 사람은 DJ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앨런 프리드'(Alan Freed)와 당대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 '아메리카 밴드스탠드'를 진행하던 '딕 클락'(Dick Clark)이었다. 로큰롤을 전파한 일등공신인 두 사람은 페이올라 사건으로 한순간에 몰락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미국음악계와 방송계 모두에게 각성의 기회가 된다.
페이올라 사건 이후 미국 라디오방송은 연출자가 음악을 선곡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든다. 연출자나 작가, DJ가 선곡을 하더라도 반드시 음악전문가인 프로그램 디렉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방송의 공정성이 담보되면서 빌보드 등 음악차트도 신뢰를 회복하게 된다. 미국 음악차트의 집계방식에서 라디오 방송 횟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한국도 음악차트 프로그램에서 페이올라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 하지만 한국은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관련자를 징계하는 수준이었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 후 미디어가 다양화되면서 양적으로 많은 차트가 생겼다. 하지만 그 차트에 대해 신뢰하는 대중은 드물다. 다행이라면 최근 들어 한국을 대표할만한 음악차트에 대한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쪼록 음악과 대중의 취향만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차트가 탄생되길 기대해 본다.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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