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동통신 기본료, 걷을 명분도 이유도 없다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는 한 달에 1분짜리 한 통화(표준요금제 기준)만 해도 1만 3천500원가량의 요금을 내야 한다. 1만 2천 원의 기본요금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이런 기본료만으로 연간 수조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SK텔레콤은 4조 5천20억 원, KT는 2조 5천40억 원, LG U+는 1조 7천68억 원이었다. 이는 각 통신사 매출액의 36~49%나 된다. 이동통신사로서는 가만히 앉아서도 막대한 수입을 올려주는 금맥(金脈)이 기본료인 셈이다.

이동통신 표준요금제는 기본료 1만 2천 원에 초당 1.8원의 요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아무리 통화를 적게 해도 한 달 통신 요금을 2만 원 이하로 줄이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국민의 통신비 고통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먼저 기본요금을 폐지하거나 대폭 인하해야 한다. 지난해 가구당 통신 비용은 월평균 13만 6천682원으로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대인 7.09%에 달했다. 이는 식비와 교통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은 기본료가 서비스를 위한 필수 유지 비용이라며 인하를 거부하고 있다. 가입자가 한 달 내내 통화를 전혀 하지 않아도 24시간 내내 통화 가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다. 모든 사업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그 비용은 사업으로 이익을 보는 주체가 져야 한다. 통화 가능 상태 유지 비용까지 사용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이동통신사들의 통신망 투자 비용 회수는 완료됐다. 그래서 기본료도 1984년 2만 7천 원에서 현재는 1만 2천 원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결국 현재 기본료는 투자 비용 회수와는 상관없는 불로소득이다. 그것을 국민의 주머니에서 꺼내 가는 것은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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