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칠곡 고엽제 현장조사단 부대내엔 얼씬도 못했다

미군측 접근 불허 기지주변만 돌다 돌아와

칠곡 미군기지 캠프캐럴에 고엽제를 대량으로 묻었다는 전직 주한미군의 발언과 관련, 환경부와 경상북도, 칠곡군이 20일 공동으로 현장조사를 했지만 오염주체인 미군 당국이 빠지는 바람에 부대 내 현장에 접근조차 못하는 등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엽제 드럼통 매몰지는 부대 헬기장 주변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관계기사 5면

◆조사단 주변지역만 맴돌아=이호중 환경부 토양지하수 과장, 김남일 경북도 환경해양산림국장, 대학교수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이날 오전 칠곡군청에서 긴급대책 회의를 갖고 곧바로 캠프캐럴 현장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칠곡군에서 마련한 대형버스에 탄 조사단은 미국과의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사전에 출입여부가 합의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캠프캐럴 영내에 진입하지 못하고 주변지역만 맴돌다 50여 분 만에 조사를 마치고 돌아서야 했다.

조사단은 이날 수질오염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캠프캐럴 부대와 연결된 소하천과 부대 내의 매립지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캠프캐럴 바깥지역인 후문쪽과 교육문화회관 옥상에 올라가 먼거리에서 눈으로만 확인하는 수준에서 조사를 끝냈다. 대학교수 위주로 구성된 환경전문가들은 현장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변지역 토양과 지하수 시료채취의 필요성, 주민들의 혈액검사, 가축기형과 수목고사 여부 등 원론적인 방안만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을 둘러본 조사단은 당초 캠프캐럴에 대한 확인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하고 최종 보고서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정작 이들은 확인과정을 마치고 서둘러 떠나버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연대. 환경운동연합 대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야당과 시민단체들 역시 캠프캐럴 영내에 진입하지 못하고 제1정문 입구에서 미군 경비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회견만 하고 물러나야 했다.

캠프캐럴 측은 현장조사를 위해 부대 바깥에서 사진을 찍던 한 행정관청의 직원에 대해 신상조사를 한다며 붙잡아 놓고 주민등록번호와 직장 등을 확인하고 카메라에 저장된 캠프캐럴 관련 사진을 모두 삭제한 후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미군이 거부할 경우 사실상 기지 내부의 환경오염 상황을 조사할 수 없는 주둔군지위협정은 너무 불합리하다"며 "한국이 주한미군에 제공한 '공여지'인 캠프캐럴의 경우도 미군이 공동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부대 내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매립지 헬기장 주변 거론=고엽제 드럼통 매몰지는 부대 헬기장 주변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1979년부터 1982년까지 캠프캐럴에서 근무했던 노모(66) 씨는 "미군부대 다른 곳은 전부 외부에서 보이기 때문에 고엽제를 묻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헬기장 주변은 밖에서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매립하기) 적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퇴직자 박모 씨도 "현재의 헬기장과 북쪽 야산 사이에 커다란 구덩이가 있었고 거기에 캔에 든 음식을 비롯해 페인트, 심지어 못쓰는 차량까지 각종 쓰레기를 다 버렸다"며 "고엽제를 파묻었다면 그 부근이 제일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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