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파업 사태로 자동차 업계가 연쇄 타격을 입으면서 '노사분규 무풍지대'로 변하고 있는 대구경북 산업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계에서 전통적으로 금속노조 계열은 강성으로 분류되고 자동차'기계업종이 많은 대구는 몇 년 전까지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4년 전부터 노사분규가 대폭 감소하고 있다.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지역 내 노사분규 건수는 43건(그래프 참조)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상신브레이크와 대구탁주 등 4곳에서만 노사분규가 발생했다.
장기 파업을 했던 대구탁주의 경우 임금교섭에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에 대해 대구고용청 관계자는 "지역 경기가 살아난 것은 물론 사측과 노조 측이 강경하게 대립하던 과거에서 이제 서로의 방식을 조금씩 이해하고 협상에 도달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첨예한 문제로 불거지기 전 노사 간 합의를 끌어내는 등 노사가 상생에 나선 결과라는 게 산업계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강성 노조로 인식되던 일부 기업노조는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이후 기업환경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강성 노조로 분류됐던 상신브레이크의 경우 노사분규로 지난해까지 진통을 겪다 노조원들의 투표로 지난해 민주노총에서 탈퇴했다.
상신브레이크 관계자는 "어떻게든 근로자들에게 더 주려고 하고, 근로자들도 애사심이 더 커졌다. 기업환경이 나아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신브레이크는 지식경제부가 최근 선정한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강성 노조의 존재는 경영자에게 큰 부담이라는 게 산업계의 한목소리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델파이. 민주노총 소속 한국델파이의 경우 회사 인수 기업이 '먹튀'일 가능성을 우려해 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매수 의향이 있었던 기업 중 일부는 한국델파이에 강성 노조가 있다는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영계 관계자들은 "기업을 인수해 운영하려는 입장에서 보면 M&A의 제1조건은 '어떤 노조가 있느냐는 것'이 중요 결정사항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 유성기업 파업 이후 모처럼 호황을 맞은 국내 자동차업계에는 비상등이 켜지는 등 한때 자동차주 전체를 뒤흔들었다. 유성기업 노사분규는 장기화 기미를 보이다 24일 공권력 투입으로 일단락됐다.
한편 전국적으로도 노사분규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사분규 발생건수는 86건으로 2009년 121건보다 28.9% 줄어드는 등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파업의 강도를 나타내는 근로손실일수(근로자 숫자×파업일수)는 51만1천 일로 전년(62만7천 일)과 비교해 18.5% 감소하면서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근로손실일수를 기록한 2000년 189만4천 일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노사 협력 선언 건수도 지난해 4천12건으로 2009년(2천672건)에 비해 51%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노사협력 집계를 시작한 2007년 749건에 비하면 5배 이상 증가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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