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선수 간 대결' 못지않게 '국가 간 대결'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세계 육상무대에서는 미국과 자메이카가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은 자타공인의 '육상 최강국'으로, 1983년 제1회 헬싱키세계육상선수권대회부터 2009년 제12회 베를린대회까지 금메달 120개, 은메달 66개, 동메달 64개 등 모두 250개의 메달을 쓸어 담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005년 헬싱키, 2007년 오사카에서 금메달 각 14개, 2009년 베를린 금메달 10개 등 대회 때마다 총 47개의 금메달 중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미국의 독주를 막을 나라로는, 카리브해의 조그마한 섬나라 자메이카가 꼽히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부터 단거리를 중심으로 미국을 맹추격하기 시작한 자메이카는 중'장거리 종목 개척까지 외치면서 미국의 최대 경쟁국으로 떠올랐다. 자메이카가 역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획득한 총 메달 수(금 14개, 은 36개, 동 30개)는 미국에 미치지 못하고, 2005년 헬싱키와 2007년 오사카 대회 때는 금메달 각 1개씩을 획득하는데 그쳤지만 2009년 베를린대회 때 금 7개, 은 4개, 동 2개 등 13개의 메달을 거머쥐면서 금 10개, 은 6개, 동 6개의 미국에 바짝 따라붙었다.
단거리에선 미국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메이카는 베를린대회에서 남자 100m, 200m, 400m 계주와 여자 100m, 400m 계주 등 단거리 6개 종목에서 5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미국은 앨리슨 펠릭스가 여자 200m에서 우승해 참패만 겨우 면했다. 자메이카는 여기에다 여자 100m, 400m 허들에서 우승했고 여자 100m에선 은, 남자 100m에선 동메달까지 추가하며 허들을 포함해 단거리 종목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베이징올림픽 때도 남녀 100m'200m, 남자 400m 계주 등 단거리 5개 종목을 석권하며 단거리에서 단 하나의 금메달도 건지지 못한 미국의 혼을 쏙 뺐다. 여자 100m에선 자메이카가 1~3위를 모두 독차지했다. 자메이카는 베이징올림픽 육상에서 금 6, 은 3, 동 2를 따내며 미국의 금 7, 은 9, 동 7에 버금가는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물론 이는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 영향이 크다. 볼트가 등장한 뒤 남자 100m, 200m, 400m 계주 등 볼트가 출전한 경기는 모두 자메이카가 1위를 차지했다. 베이징올림픽과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에서 볼트는 연거푸 단거리 3관왕을 차지했다.
그렇다고 자메이카가 볼트의 '원맨쇼'로 단거리 왕국을 건설한 것은 아니다. 볼트가 세계무대에 등장하기 전 남자 100m를 지배했던 아사파 파월을 비롯한 세계 여자 단거리 여제인 셸리 앤 프레이저(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 100m, 400m 계주 금메달), 셰론 심슨(베이징올림픽 여자 100m 은메달), 브리짓 포스터 힐튼(베를린대회 여자 110m 허들 금메달), 셰리카 윌리엄스(베를린대회 여자 400m 은메달),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베이징올림픽 여자 200m 금메달), 마이클 프레터'네스타 카터(남자 400m 계주 금메달)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대구대회에서 미국은 자메이카의 추월을 보고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확실한 텃밭으로 장담하고 있는 남자 400m'400m 허들'1,600m 계주, 여자 200m'1,600m 계주를 기반으로 우사인 볼트의 '대항마' 타이슨 게이, 현역 여자 단거리 선수 중 가장 빠른 기록을 가진 카멜리타 지터, 앨리슨 펠릭스 등을 앞세워 이번에야말로 자메이카의 기를 꺾어 놓겠다는 각오다. 미국은 남자 400m(2005'2007년 제러미 워리너 2연패, 2009년 라숀 메릿 1위)와 남자 400m 허들(2005년 버숀 잭슨, 2007'2009년 케론 클레멘트)에서 3연패를 달성했으며 남자1,600m 계주에서도 2007'2009년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 여자 200m에선 앨리슨 펠릭스가 대회 3연패의 위업을 쌓았고 여자 1,600m 계주에서도 2007'2009년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대구대회에서 미국과 자메이카의 메달 싸움은 남자 100m, 200m, 400m 계주의 우사인 볼트'아사파 파월(자메이카) vs 타이슨 게이(미국), 여자 100m의 셸리 앤 프레이저(자메이카) vs 카멜리타 지터(미국), 여자 200m, 400m 계주의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자메이카) vs 앨리슨 펠릭스(미국)간의 승부에서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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