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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서 9988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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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인들이 술좌석에서 자주 애용하는 건배 구호가 있다. '9988'이다. 흔히 얘기하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구호가 아니다. 물론 그런 뜻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며, 국내 인력의 88%를 중소기업이 흡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의 뿌리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창업의 문을 향해 부나비처럼 비즈니스 전선에 뛰어든다. 정부의 중심 정책도 창업과 일자리 창출에 있는 만큼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창업은 활발할수록 좋다. 자본주의를 더욱 꽃피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거품' 논란도 일고 있다.

최근 안철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의 지적이 눈길을 끈다. 그는 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성공한 기업가라면 흔히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처럼 대학을 중퇴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단숨에 벼락부자가 된 젊은 천재를 떠올리지만 이것은 오해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창업을 하면 곧바로 백만장자가 된다는 것은 오해"라며 "오랜 시간 참을성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다.

기업은 창업 초기보다는 성장기인 3~5년쯤에 대개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통과하게 된다. 치열한 경쟁에다 자금 부족, 홍보 미흡, 기술력의 한계 등에 직면하면서 겪게 되는 난코스다. 사람으로 치면 홍역 같은 것이다. 창업 기업의 3분의 2 정도가 이 계곡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시련을 이겨내고도 지난 10년을 버텨온 중소 제조업체는 25% 정도에 불과하다. 이 기간 중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는 겨우 0.13%,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기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대목이다.

성공한 중소기업인을 보면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종일 걱정거리에 매달려 있다는 점이다. 웬만한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이뿐만 아니다. 남다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일에 대해서만은 열정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일을 즐기고 있다는 편이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른다. "기업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돈이라는 생각 역시 조심해야 한다"는 안 교수의 조언을 젊은 창업자들은 새겨들어야 한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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