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실크로드] (21) 경제 新 실크로드

낙타행렬 다닌 그 길, 쉼 없이 오가는 트럭·끝 안보이는 송전탑…

중국은 풍력발전 분야에서 세계 1위이다. 쿠차의 풍력발전 집단지역 부근에 새로운 도로가 건설되고 있다.
중국은 풍력발전 분야에서 세계 1위이다. 쿠차의 풍력발전 집단지역 부근에 새로운 도로가 건설되고 있다.
신장 위구르지역의 유전. 유전에서 붉은 화염을 내뿜고 있다.
신장 위구르지역의 유전. 유전에서 붉은 화염을 내뿜고 있다.
각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에는 수많은 화물차량이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다.
각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에는 수많은 화물차량이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다.
신장지역 실크로드를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도로 옆 황량한 벌판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송전탑이 길게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장지역 실크로드를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도로 옆 황량한 벌판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송전탑이 길게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 서쪽 끝까지 달려오는 동안 각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개발과 변화의 바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무한한 잠재력과 활력은 서쪽 신장지방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꿈틀거리고 있었다. 해마다 20조원 이상이 중국정부에 의해 투자된다는 '서부대개발사업'의 효과이겠지만 그 지역이 가진 자원의 가치가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멀고 먼 여정 동안 차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 가운데에서도 거대한 풍력발전단지, 끝도 보이지 않는 송전탑의 행렬,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유전의 붉은 화염을 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옛날 비단상인들의 낙타행렬이 이어졌을 그 길에는 수많은 대형트럭들이 가득가득 물건을 싣고 숨가쁘게 달려간다.

중국에는 서전동송(西電東送) 즉 서부의 전기를 동부에 보낸다는 말이 가끔 언론에 오르내린다고 한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10% 전후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에너지 소비와 공급의 지역적인 불균형이 심하다. 에너지 자원의 60% 이상이 중국 서쪽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는 60% 이상이 동쪽지역, 즉 경제가 발전한 베이징 동쪽해안을 따라 남쪽 상하이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 자원의 분포지역은 모두 주요 에너지 소비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북서부에서 캐낸 석탄도 동부로 수송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열발전 등 그린에너지의 발전 방안도 중국 서쪽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중국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투자에서 세계 최대의 풍력발전 국가가 되었다. 2009년에는 누적 용량 기준에서도 풍력발전 강국인 독일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고 지난해에는 미국도 제쳤다. 풍부한 풍력자원 즉 '바람의 양'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귀찮은 황사를 일으키는 신장지역의 모래바람이 겨울에서 봄이 오는 기간에는 더욱 강하게 불어 풍력발전기 날개를 쉬지 않게 돌아가게 해준다. 중국은 2003년부터 풍력자원이 풍부한 네이멍구(內蒙古), 신장(新疆), 동북 3성 등지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따라서 풍력발전 완성품 제조업체만 수십 개가 새로 생겼는데 한국기업도 풍력발전 부품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위구르자치구 지역의 도로에는 풍력발전기용 회전날개를 실은 트럭들이 수없이 오고 간다. 트럭 적재함에 실려 있는 회전날개 한 개 길이가 무려 약 45m나 되며, 정밀부품도 들어있다. 문제는 충격방지를 위해 트럭이 빨리 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트럭에 날개 한 개를 길게 싣고 '세월아 네월아'하고 앞서서 천천히 운행할 땐 신(新) 실크로드 일대는 길고 긴 차량정체 현상이 일어난다.

천산산맥과 타클라마칸사막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로 부근에도 새로운 철로와 도로개설 공사가 한창이다. 열풍과 흙바람 속에서 새로운 산업루트이자 대동맥인 도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장지구를 비롯 중국 전역의 실크로드 길을 복원, 파키스탄까지 물류망을 구축하기 위한 공간 소통의 작업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3억 인구의 거대 시장과 함께 놀랄 만큼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한 중국은 세계적인 에너지 생산국이면서 또한 소비국이 되어 '자원의 블랙홀'이라 불리고 있다. 위구르 지역은 중국 전체 석유 매장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엄청난 광물자원과 사막지역 특유의 지하자원을 매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텅스텐, 희토류, 치탄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도 부족한 자원을 메우기 위해 중국은 적극적인 에너지 외교를 펼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열띤 자원 외교를 펼쳐왔다.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는 거대한 '자원확보 게임'은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구리 광산인 아프간의 아이나크 광산에서 구리를 채굴하는 프로젝터도 수행하고 있다. 또 서기동수(西氣東輸) 즉 '서부의 가스를 동쪽으로 수송한다'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도 완공단계라고 한다. 카자흐스탄의 천연가스도 동남쪽으로 보내는 것이다.

쿠얼러 지역을 지나면 도로변에 한자로 쓰여진 큰 입간판이 보인다. '모래바다 변하여 기름바다됨은 천년의 꿈, 큰 사막 변하여 길 뚫림은 오늘의 기적'실크로드가 지나는 황무지를 자원의 보고로 개발한 기념으로 세운 것이다. 중국은 경제적, 문화적 잠재력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를 겨냥한 국제물류센터도 건설 중이라고 한다. '21세기 경제 실크로드의 선점'이라는 그들의 야심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다민족간의 인종 갈등, 고갈되는 석유 등 지하자원, 여성인권, 이슬람 등 종교문제, 기후문제와 사막화를 비롯한 많은 장벽이 가로놓여 있다. 그래도 이제 중국은 철도와 고속도로 등 물류망을 정비하여 '경제 실크로드'를 복원하고 있다. 대국굴기(大國 山屈 起)에서 보듯이 중국은 당나라에서 로마제국, 유라시아 대륙 끝까지 비단과 화약 등을 팔았던 그때의 영화를 되찾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글'사진: 박순국 전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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