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역 현안은 아예 내팽개친 김천시의회

전국 미군 기지들의 환경오염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인 가운데 김천시의회가 외유 등을 이유로 미군 폐품처리장(DRMO) 관련 지역 현안은 뒷전이어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김천시 아포면 국사리에 자리 잡은 이 폐품처리장은 부산'부평 등지의 시설들이 옮겨 와 지난달 초 가동을 시작했다. '위험 물질 처리장'이라는 의혹과 함께 주민 반발을 의식한 미군 측이 최근 기지 방문을 통한 주민 설명회를 시의회에 제안했지만 의회가 구구한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최근 캠프 캐럴 등 미군 기지의 고엽제 불법 매립 의혹을 둘러싸고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 둘 밝혀지자 주민들이 건강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등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이다. 더욱이 부평 기지는 캠프 캐럴에 묻었던 고엽제 등 화학물질을 다시 파서 옮겨간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마당에 주민 건강에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미군 시설물의 운영에 대해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의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은 직무를 내팽개친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시민들은 혹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작업들이 이곳에서 몰래 벌어지지나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엽제 매몰이나 화학약품 방류, 기름 오염 등 그간의 여러 환경오염 사례를 볼 때 이런 의혹의 눈길은 당연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무사안일을 넘어 앞뒤가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일이다.

의회는 주민 관심사를 적극 해결하고 지역 현안을 최우선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주민 대의의 장이다. 혈세나 쓰는 외유 때문에 의회가 현안을 도외시하고 있다면 그런 의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하루속히 일정을 잡아 해명을 듣고 폐품처리장에 대한 주민의 의혹을 불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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