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신드롬이다. 2008년 싱글 '저스트 댄스'(Just Dance)를 들고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1986년생, 155㎝의 자그마한 키, 아쉬울 것 없는 중산층 출신의 한 여성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급기야 지난 25년 동안 대중문화계 최고의 독재자였던 오프라 윈프리를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인' 1위에 올랐다. '레이디 가가'(Lady Gaga) 이야기다.
레이디 가가 열풍은 가십에서 시작된다. 살코기로 만든 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하거나 속옷 차림으로 일간지 편집회의에 등장하기도 한다. 언론을 통해 노출되는 일상은 연일 톱뉴스감이 된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마돈나가 여성 파워 시대를 열었다면 레이디 가가는 여성 파워 시대 종결자인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레이디 가가에게 돌출행동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5월 23일 공개한 새앨범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는 세계적인 온라인 판매 사이트 '아마존' 서버를 다운시킬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발매하는 싱글마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운다. 아이튠즈에서는 비틀스의 성과보다 높을 정도다. 하지만 이슈를 먼저 접하고 레이디 가가의 음악을 듣게 되면 고개를 갸웃거린다. 대단히 특별한 음악을 기대하지만 너무나 대중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패션이나 무대 퍼포먼스처럼 난해하지 않다. 바로 레이디 가가의 영리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레이디 가가는 하이퍼모더니즘 시대의 소통 방식을 알고 있는 가수다. 대중의 기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음악을 만든다. 그리고 보다 자극적이고 빠른 것을 원하는 대중들에게 직접 다가선다. 1천만 명이 넘는 소셜미디어 팔로어들은 언제 어디서나 레이디 가가의 세계를 함께한다. 그들은 기꺼이 '리틀몬스터'(레이디 가가의 별명인 몬스터에 빗대어 팬들을 지칭하는 말)가 되기를 원한다. 레이디 가가는 대중의 무료함과 직접 소통하면서 통합을 이뤄낸 것이다.
이런 레이디 가가의 모습은 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레이디 가가학'이 생길 정도며 기업과 정치권에 레이디 가가를 닮으라고 요구한다. 시대를 이끌어 가는 영리함을 레이디 가가에게서 찾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레이디 가가는 제법 인기 있는 한 사람의 팝가수에 지나지 않는다. 소통의 중요성이 절실한 이 땅에서 레이디 가가 열풍이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유는 우리가 시대를 잘못 이해하기 때문은 아닐까?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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