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60)S성형외과 서동보 원장과 직원 동촌유원지 '느티나무'

아삭아삭 구수한 콩나물밥, 어릴적 엄마 손맛 물씬

중년들은 누구나 어릴 적에 먹었던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그 중 콩나물밥도 대표적인 '엄마손 표' 음식이다. 세상이 다 변해도 입맛은 변하지 않는 법. 대구 S성형외과 서동보 원장과 전대우 성형외과 전 원장은 곧잘 의기투합하여 동촌유원지 내 '느티나무'에서 콩나물 밥을 즐긴다. 최첨단을 달리는 의료인과 토속음식의 만남이다.

콩나물밥. '추억의 음식'이다. 하지만 정감이 가는 그 맛이 종종 그리워진다. 별미로 콩나물밥을 짓는 날이면 어린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세계에서 콩나물을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일본에도 콩나물을 먹는 지방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전파시킨 것이라는 것. 살림이 궁핍했던 시절, 식구는 많고, 양식은 모자랄 경우 밥을 할 때 콩나물을 많이 얹어 밥의 양을 부풀려 식구들의 주린 배를 채웠다. 콩나물밥의 특징은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된다는 점이다. 양념장이 반찬이고, 무김치 한 쪽이면 한 그릇 뚝딱 비웠다. 어린시절엔 그토록 싫었던 콩나물밥이 이젠 그리움의 대상이다.

느티나무 식당은 콩나물밥 잘하는 집으로 소문나 있다. 대구 동구문화체육관을 지나 유원지 로터리를 돌아 선비고을 뒤편 2층집이다. '느티나무 카페'라고 해서 콩나물밥집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식당 안의 풍경은 민속카페다. 황토벽에다 오밀조밀하게 꾸민 인테리어에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느티나무'주인 정주현(55)'문주희(52) 씨 부부는 서양화를 전공한 화가다. 곳곳에 정 씨의 펜화 작품과 문 씨의 서각 작품이 선 보인다. 이 부부는 손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푸근한 인상이다. 그래서 느티나무의 고객은 늘 얼굴이 익은 단골손님들이다. 정담을 나누는 사이 콩나물밥이 등장했다. 반지르르 윤기가 나는 큰 백자그릇에 콩나물밥이 그득하다. 이곳에 콩나물밥을 한꺼번에 비벼서 함께 온 동료와 나눠 먹도록 하는 것이 이 집의 전통이다.

S성형외과 서동보(55) 원장은 "콩나물밥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간장 맛이다"며 콩나물밥 전문가처럼 말한다. 촉촉한 콩나물밥에서 구수한 냄새가 훅 풍긴다. 정다운 냄새다. 얼른 맛을 보고 싶어서 간장으로 적절하게 간을 한 후 숟가락으로 착착 비벼서 한 입 가득 맛보기를 한다. 콩나물밥 특유의 구수한 맛이 풍기면서 부드럽게 입안에 착 달라붙는 듯한 느낌이 좋다. 아삭아삭 씹히는 미각도 정겹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라는 생각이 든다. '맛있다'는 표정에 너도나도 맛보기에 동참한다. 집에서 먹을 때는 콩나물이 약간 질긴 맛이었지만, 이집에는 살겅살겅 소리를 내며 연하다. 전대우성형외과 전 원장이 뒤늦게 동석했다. 전 원장은 "대구에서 자랐지만, 식구가 많아서 콩나물밥을 자주 해 먹었다"며 "친근한 음식이라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다"고 평가한다.

감칠 맛 나는 양념 냄새를 풍기는 명태찜과 부글부글 끊는 구수한 청국장이 등장했다. 문 씨는 "대부분 손님들이 콩나물밥에다 명태찜이나 청국장을 즐겨 드신다"고 설명한다. 느티나무는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콩나물밥은 언제나 정이 넘치는 청국장과 기막히게 어울린다. 명태찜은 감칠맛 나는 양념과 어울려 졸깃졸깃한 맛이 일품이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도록 계속 입맛을 당긴다. S성형외과 유지혜(27)'박은미(24) 간호사는 "콩나물밥이 낯설기는 하지만 아삭한 콩나물의 감촉과 부드러운 밥이 입맛을 당긴다"며 "명태찜과 함께 먹으니 맛있다"고 말한다. 최효진(23) 간호사도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콩나물밥을 먹어봤다"며 척척 비비는 솜씨를 선 보인다.

서 원장은 "이 집 음식은 정갈한데다 토속적이라 친근하고 소화도 잘된다"고 평가한다. 오랜만에 맛보는 콩나물밥 맛을 즐기며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안주인 문 씨의 얼굴에서 인자한 어머니의 얼굴이 보는듯한 느낌은 덤이다. 주요메뉴인 콩나물밥과 해물칼국수, 매운 수제비는 모두 1인분에 5천원. 찜 종류는 해물 아귀찜 3만원, 흑태찜 3만5천원, 명태찜은 2만4천원이다. 나막스찜, 가자미찜, 가자미구이는 2만원이다. 전골류는 버섯전골 2만원, 청국김치전골, 부대전골, 돼지김치전골은 2만원(중)'3만원(대)이다. 예악은 053)958-7007.

##추천 메뉴-모둠버섯전

버섯은 대표적인 건강식품이다. 특히 버섯은 종류마다 맛은 물론 씹히는 식감과 영양도 다르다. '느티나무'의 모둠버섯전은 표고'새송이'느타리'팽이 등 5가지 버섯에다 청양고추를 살짝 곁들여 고소하고 상큼한 맛을 낸다. 주인 문주희 씨의 부침개 솜씨는 거의 프로 수준이다. 밀가루를 최대한 적게 쓰면서 손으로 자근자근 눌러 얇게 부치는 것이 특기다. 단골손님들은 문 씨의 솜씨를 보고 미대 출신이 아니라 '파전학과 출신'이라고 부른다. 이뿐 아니다. 닭요리 등 메뉴에 없는 음식도 하루 전에 주문하면 다 해준다. 어머니 같은 푸근한 인상에다 인정스런 말솜씨로 민속음식점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이홍섭기자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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