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작영화 리뷰] 프리스트

뱀파이어 잡으러 총 차고 서부가다

한때 뱀파이어들이 세상을 지배했다.

그러나 사제로 이뤄진 전사집단 프리스트들의 활약으로 그들은 깊은 지하세계로 잠적하고, 지상의 인간들은 견고한 성을 쌓고 신의 믿음 속에 살아가고 있다. 선과 악의 세계가 평화를 이루는 순간, 프리스트들은 교회로부터 배척당한다. 하나 둘 떠나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간다.

어느 날 뱀파이어의 새로운 우두머리 블랙햇(칼 어반)이 탄생하고 그는 최고의 전사인 프리스트(폴 베타니)의 조카 루시(릴리 콜린스)를 납치한다. 프리스트는 대주교 오렐라스(크리스토퍼 플러머)의 반대에도 루시를 구하기 위해 뱀파이어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한국 만화가 형민우 씨의 동명만화를 할리우드 영화화한 '프리스트'가 9일 개봉했다. 한국 만화가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제작단계부터 국내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프리스트'는 액션과 공포, 서부극의 황량함까지 더한 영화다. 거대한 암굴 속에서 뱀파이어들과 싸울 때는 공포영화를 연상시키고, 미래형 모터사이클이 등장하는 추격 장면은 서부극의 열차강도를 떠올리게 한다.

'프리스트'는 미국 정서에 잘 부합되는 액션영화다. 가공할 좀비를 동원한 서부극 스타일이다. 3D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액션에 선과 악, 뱀파이어와 신부의 대결, 거기다 거대한 평원을 배경으로 한 추격 장면 등 볼거리에 치중하고 있다.

이름도 없이 그냥 프리스트로 불리며 살아온 한 사나이. 조카가 뱀파이어에게 납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조카를 구하기 위해 대주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들은 뱀파이어의 존재를 부정하며, 더 이상의 위협은 없다고 강변한다. 더욱 가공해지는 뱀파이어 세력에 대항하는 교회의 나약하고 권위적인 대응에 프리스트는 신과의 서약을 깨고, 파문을 각오하고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상업영화의 미덕이라고 할까, 아니면 한계라고 할까.

만화 '프리스트'의 매력은 신부와 신의 갈등구조와 탄탄한 줄거리에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전사 신부의 활약만 있을 뿐, 신에 대한 분노와 교회와의 갈등, 믿음에 대한 의문 등 치열한 고뇌는 찾아보기 어렵다.

강력한 뱀파이어에 맞서는 프리스트의 맹활약에 간혹 고민스런 눈빛을 보내는 것이 전부다. 화려한 볼거리 속에 원작이 묻혀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움도 준다.

뱀파이어를 실은 기차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볼만 하지만 전반적으로 평이한 범작수준. '레지던트 이블'에 '매드맥스' 시리즈 등 여러 상업영화의 요소를 결합하다보니 '이것이다!'라고 할 인상적인 장면이나 대사가 없는 것이 흠이다.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이 3D 효과로 즐길 수 있다면 최선일 영화다.

별 고민 없이 킬링 타임용으로 보기에 적당하지만, 그나마 러닝타임도 88분으로 짧다. '리전'(2010)으로 데뷔한 스콧 스튜어트 감독이 연출했고, 공포영화의 귀재 셈 레이미가 제작했다.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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