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파동이 전국을 휘몰아치고 있다. 정치권에선 '반값 등록금' 문제가 여'야 정치쟁점화했고 대학가에서는 '제2 촛불 항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대학은 등록금 인상에는 적극적이지만 학생들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데는 인색하다. 이는 우리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재정의 3분의 2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사학진흥재단이 밝힌 2009년 전국 사립대 등록금 의존율은 평균 68.9%로 나타났다. 지역에선 대구대 66.2%(1천399억원), 영남대 64.8%(1천897억원), 대구가톨릭대 64.3%(1천39억원), 계명대 60.1%(1천691억원) 등이다.
경북대 권선국 교수(경영학과)는 "미국 사립대의 경우 대체로 학생부담, 연구성과'기금, 투자 수익 등이 각 3분의 1씩 차지하지만 국내 사립대는 지나치게 등록금 의존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6, 2007년 미국 4년제 사립대 재정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투자수익(30.7%)이다. 그 다음이 기부금(11.1%)과 각종 부속사업(6.7%)이고 등록금 의존율은 26% 선이다.
국내 사립대들은 대학운영 경비 대부분을 등록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이 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누적 적립금 상위 10개 국내 사립대는 지난해 적립금 전입액의 53.2%를 등록금에서 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 확보와 등록금 인상이 반복되는 구조인 것이다.
지역 사립대학들의 적립금 불리기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계명대의 경우 2009년 2월 현재 1천723억원이던 누적 적립금이 올해 2월에는 2천198억원으로 2년 만에 475억원 늘어났다.
문제는 이 같은 적립금이 장학 혜택 등 직접적인 등록금 환원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계명대는 2천198억원 중 건축기금이 1천111억원(51%), 기타기금이 669억원(30%)을 차지했고, 대구대는 1천168억원 중 건축기금이 624억원(53%)이나 됐다. 하지만 두 대학의 장학기금은 각각 213억원(9.7%)과 47억원(4%)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이 적립금의 일정 부분을 등록금 인하에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일부에선 적립금 항목 자체를 장학금과 연구비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계명대 한 관계자는 "국립대처럼 정부예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학부 신설, 도서관을 비롯한 시설 투자를 위해 기금을 적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 사립대학들은 최근 3, 4년간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재정난에 직면해 있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영남대 측도 "적립금을 장학금으로 대폭 돌릴 경우 당장 등록금 인하 효과는 있겠지만 매년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교원 확충, 교육 기자재'시설 확충은 어렵게 된다"고 항변했다.
◆대학은 반발, 정부'당(黨)은 엇박자
반값 등록금을 둘러싼 논란은 깊어가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들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 예산 확대가 필요하지만 대학이 스스로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역 한 사립대 기획처 관계자는 "등록금 부담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일 정도로 높은데 왜 교육의 질은 낮은가 하는 불만이 이번 반값 등록금 논란의 핵심"이라며 "이런 불만을 해소하려면 현재 정부가 나서서 국가재정의 0.6%에 불과한 재정지원을 OECD 국가 수준인 1%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려면 부실대학 퇴출 등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하고, 기부금 입학제 등을 허용하면 지방 사립대는 다 죽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와 당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최근 "초중등 교육에 집중된 교육재정투자를 고등교육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기획재정부는 "가계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재정투자를 늘려 대학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부의 재정투자 확대 이외에는 마땅한 등록금 인하 대안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근원적인 처방은 공공재원을 사립대에 투자하고 사후 감독을 통해 사립대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길이 최선"이라며 "유럽처럼 졸업 후 소득수준에 따라 등록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공공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경북대 권선국 교수는 "고등교육 예산을 늘려 사립대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도 있지만 과연 사립대학에 어느 정도까지 재정지원을 해줘야 합리적인가 하는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