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들이 다양한 등록금 인하 방안을 모색 중인 가운데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10~15%의 등록금 인하 가능 입장을 밝혔지만 대학 부담 없이 정부 재정 지원만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여론 무마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정부 지원 있으면 10~15% 인하 가능"
한국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인 박철 한국외대 총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대학 장학금을 부담하면 일정 수준 등록금을 낮추는 방안을 놓고 회원 대학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교육법에 사립대는 등록금의 10%를 장학금으로 주도록 돼 있고, 어떤 대학은 15%까지 주는 대학도 있다. 정부가 장학금 재정을 지원해주면 대학은 당장에라도 그 정도 수준은 부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3일 열린 한나라당과의 간담회에서 나왔다"고 했다.
그는 "최근 3년 간의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상황을 조사해 정부가 장학금을 지원해주고 대학들이 등록금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라며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한 대학이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총장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립대 총장들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공립대보다는 사립대에 대한 지원을 우선적으로 확대해 달라는 요구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고 박 총장은 전했다.
박 총장은 "9일 민주당과의 간담회에서는 반값 등록금이 국공립대부터 실현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대해 사립대 총장들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어려운 것은 사립대 학생들로, 이 가운데서도 등록금이 1천만원에 달하는 학교들"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우리 고등교육재정은 OECD(경제개발) 평균인 1∼1.2%에 한참 못미치는 0.6% 수준"이라며 "대학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대학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업들이 인재 양성의 책임을 대학에만 미루고, 사립대 위주의 대학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등록금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박 총장은 "대학은 인재를 양성해 기업에 조달하는 만큼 기업도 인재양성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그러나 기업투자는 서울대 등 몇몇 대학에만 간다. 이익을 내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것이 선진국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사립대 80%, 국립대 20%라는 특이한 대학구조도 비싼 등록금의 이유"라며 "한국은 사립대들이 길러낸 인재에 의존해 교육, 경제발전을 이뤘는데 국가재정이 어렵다보니 등록금에 의존해왔다. 국립대학이 좀더 늘면 등록금 문제도 장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의 적립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적립금 규모는 대학마다 많이 다르다. 총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름대로 목적성이 있는 기금"이라며 "다만 등록금을 지나치게 적립금으로 많이 전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스스로 등록금 인하 노력 선행해야
대학들은 최근 감사원이 전국 사립대 및 국공립대의 등록금 산정 기준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록금TF(태스크포스)를 이끌고 있는 이영선 한림대 총장은 "조만간 대교협 회장 차원에서 유감표명이 있을 것"이라며 "마치 우리 대학들이 많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 난감하다. 이게 감사로 해결할 문제인가"라며 "일괄 감사라는 것은 대학 자율성을 훼손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등록금 인하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은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방안을 보고 밝히겠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들의 입장을 바라보는 여론을 싸늘하다.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반값 등록금이 이미 이슈가 됐는데 10~15%의 인하가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가질 것인가는 의문"이라며 "대학들이 먼저 등록금과 적립금을 어디에 썼는지 투명하게 회계를 밝히는 작업을 선행한 다음, 정부의 재정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결국 대학들이 세금에 의존해 반값 등록금 논란을 피해가려는 행태는 볼썽사납다"며 "대학들 스스로 등록금 인하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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