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처칠처럼 말하자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 '교언영색(巧言令色) 선의인(鮮矣仁)'이라는 구절이 있다. '말을 교묘히 하고, 낯빛을 꾸미는 자 중에서 어진 이가 드물다'는 뜻이다. 말을 잘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구의 수험생들이 말주변이 없는 탓에 수도권 수시에서 합격률이 저조하다고 한다. 수도권 중위권 대학들의 2011학년도 합격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구 수험생들이 타 지역보다 높은 내신을 가지고도 하향 지원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아는', '밥 먹자', '자자' 토막 대화와 과묵한 사람을 점잖다고 여기는 지역의 문화 풍토가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과묵이 경상도 사나이의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오히려 단점이 되고 있다. 지역 출신의 사람이 언론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면, 보는 사람이 조마조마하다. 지역 출신의 정치인, 학자, 공무원, 학생들 모두가 그렇다. 투박한 어투는 차치하고, 말이 논리적이지 못하다. 소리만 큰 경우가 많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한다. 그것도 논리적으로 말해야 한다. 그래야 가깝게는 대학의 구술면접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다. 구직과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인정을 받게 된다. 한 취업 전문업체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면접탈락 대상 1순위가 두서없이 말하는 '횡설수설형' 이라고 한다. 정작 말해야 할 자리에서 말하지 못하고, 대중 뒤에 숨어 있다가 다른 자리에서 뒷공론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는 조직의 발전은 없다. 논리적인 말하기와 토론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논리적 말하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인 PREP법이다. PREP법은 처칠 수상이 즐겨 사용했다. 그래서 '처칠 말하기법'이라고도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논리적으로 말하는 기술'이라는 책에 나오는 PREP법의 예시를 교육청 상황으로 바꾸어 보았다.

한 장학관: "노 장학사님, 안 장학사님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 장학사: "K교육청과 우리교육청은 다릅니다. K교육청이 성공했다고 우리교육청도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 프로젝트는 당연히 제고해야 합니다. 따라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큽니다."

한 장학관: "무슨 얘깁니까?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말해 보세요."

안 장학사: "저는 이 프로젝트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주장). 왜냐하면 우리교육청에서 그 프로젝트를 채택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이유). K교육청이 그 프로젝트로 성공했다고 하지만, 우리 교육청과 규모도 다르고, 학생 수도 다릅니다(사례). 실시하려면 충분한 조사와 검토가 필요합니다(주장)."

한 장학관 : "음, 이해가 가는군요. 다시 한 번 검토를 해 보지요."

노 장학사는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한 것이다. 안 장학사는 주장(Point)을 말하고, 이유(Reason)를 대고, 사례(Example)로 이유를 뒷받침하고, 다시 주장(Point)을 강조하는 PREP법으로 말했다. 그냥 말할 때와 PREP법을 사용할 때 차이가 확연하게 난다. 그냥 말할 때는 무엇을 주장하는지 알 수 없고 산만한 느낌을 주지만, PREP법으로 말할 때는 주장이 확 드러나면서 논리적인 느낌을 준다. PREP법은 지역의 과묵과 단어 수준의 '토막 말하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칠은 "나는 되는 대로 말을 내뱉는 사람을 경멸한다고 했다." 논리적으로 말하는 교육도 이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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