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부산 '大釜동맹'으로 상생의 길 찾자

15일 두 도시 교류협력 협약식 계기…초광역경제권 형성, 수도권 맞서야

동남권 신국제공항 무산을 계기로 영남권 주축인 대구경북과 부산이 끝없는 싸움을 하다가는 공멸할 수 있다는 영남민들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양측이 교류를 확대하고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와 부산은 1990년대 중반 위천국가산업단지 지정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5, 6년 전에는 금융도시 문제, 최근엔 첨단의료복합단지와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 등을 두고 다투면서 선의의 경쟁을 넘어 극한 감정싸움까지 치달아 앙금이 깊어졌다. 이 때문에 수도권과 다른 지역에선 이를 두고 '영남권 남북갈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철 지역균형발전위원장은 "광주와 대구가 이른바 '달빛동맹'을 맺고 협력하면서 영호남철도건설 등 다소 경제성이 약한 사업도 정부 정책으로 채택됐듯이 대구와 부산이 소모적인 경쟁보다는 협력체제를 구축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양측의 반목과 대립에 대한 자성 등 긍정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구경북과 부산권 시민사회단체, 경제계, 언론계 등을 중심으로 반성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 조만간 부산의 주요 언론과 대구경북 언론이 세미나 등을 통해 양측의 골을 메우는 데 앞장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대구와 부산상의 등 경제계, 양 지역 대학들도 교류협력 방안과 대화채널을 가동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범일 대구시장은 13일 "대구와 부산이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 앞으로 경제계, 대학,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교류협력 채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와 부산이 싸우다가는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15일 있을 대구-부산 간 교류협력 협약식을 계기로 부산 측과 진솔한 대화를 할 것이다. 양측의 골을 좁히는 노력부터 하겠다. 앞으로 무조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쯤엔 대구상의와 부산상의, 학계를 중심으로 '영남경제권 구축을 위해 활발한 논의도 있었다. 부산권과 대구권을 연결하는 초광역경제권 형성을 통해 중부경제권과 수도권경제권에 대응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구상이다.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공간단위의 규모는 인구 1천만 명 이상이다.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을 아우르는 영남경제권은 자동차, 메카트로닉스, 바이오, 문화관광, 물류 등 각 분야에서 공간적 분업이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여서 협력기반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남경제권은 경제협력과 공간적 분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초광역 단위의 통합과 공간적 분업이 필수적이고 이를 염두에 둔 공동 인프라 개발에 몰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신공항 무산을 계기로 부산 측에서도 대구경북과의 협력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조만간 새로운 형태의 협력방안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