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기가 몰려온다… 사람 흡혈률 전년比 27% 높을듯

구제역에 피 빨아먹을 소·돼지 없어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면서 모기들이 가축 대신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가운데 13일 대구 중구보건소 방역요원들이 대봉교 부근에서 방역기를 동원해 대규모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면서 모기들이 가축 대신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가운데 13일 대구 중구보건소 방역요원들이 대봉교 부근에서 방역기를 동원해 대규모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난해 11월 발생해 올해 2월까지 횡행한 구제역 때문에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면서 올 여름은 어느 해보다 모기떼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경북대 김용국 교수(수학과)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의뢰받아 수리모델 근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김 교수는 13일 시뮬레이션 결과 지난해에 비해 올 여름 모기가 사람을 물 가능성이 평균 27%가량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은 350만 마리에 이르고,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축의 22%에 이른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역별로 올 여름 모기의 공세가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충북으로 지난해보다 131%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강원도 108%, 경기도 62%, 충남 30%, 경북 29% 증가순을 보였다.

김 교수는 "모기는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데 동물의 개체 수가 감소하면 동물 대신 사람의 피를 빨아 먹을 수밖에 없다"며 "연구결과에서도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구제역 여파로 소와 돼지 살처분이 많았던 경북과 경기, 충북, 강원 등의 지역에서 사람에 대한 모기의 흡혈률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모기의 사람에 대한 공격이 늘면서 말라리아, 뇌염 등 모기가 전염시키는 질병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재원 가천의대 교수(미생물학)도 최근 인천에서 열린 '2011년 말라리아 퇴치 자문위원회'에서 김 교수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인용해"소나 돼지 등 가축이 많으면 사람이 모기에 물릴 가능성이 줄어드는데, 구제역때문에 소나 돼지가 많이 죽는 바람에 올해는 반대상황이 오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농촌 지역의 가축 수가 줄어 피에 굶주린 모기들이 인근 대도시로 날아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정화조에 부유식 방충망을 설치해 모기의 증식을 차단하고 초음파를 이용해 모기 알을 터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대형 송풍기를 정화조에 설치해 모기를 날려보내는 방책도 쓰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 여름 모기가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맞아 선수촌 주변과 스타디움 주변 등에 집중적으로 방재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조만간 시군의 방역 담당자들과 회의를 열어 방역강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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