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뭉그적거리는 美軍 고엽제…의혹만 더 키워

'고엽제가 든 드럼통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의혹이 제기된 지 벌써 한 달 가까이 되고 있지만 한미공동조사단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고엽제 드럼통의 존재 유무, 매립위치 등이 오리무중이어서 의혹만 더 해주고 있다.

▶고엽제 드럼통은 없다(?)

"현재로서는 캠프 캐럴 내에서 고엽제 등 화학물질이 담긴 드럼통이 발견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

주한미군은 고엽제 매립의혹 증언이 보도되고 나흘만인 지난달 23일 공병대 문서를 인용해 "1979~1980년 칠곡 캠프 캐럴 미군기지 내에 파묻었던 화학물질과 주변 흙 40~60t가량을 기지 외부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군은 다음날인 24일 "통상적으로 화학물질은 본국인 미국으로 보내 처리하도록 돼 있는데 정확한 처리장소와 방법을 조사 중"이라는 사실만 확인한 채 지금까지 함구하고 있다.

일단 이 같은 미군 측의 행보를 볼때 캠프 캐럴에는 고엽제 드럼통이 없다는 쪽에 무게가 더해진다. 미군은 이미 고엽제 드럼통을 파내 어떤 식으로든 처리를 해놓고는 강한 반발여론을 의식해 그저 시늉만 내는 식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군 측은 이미 '조사해봐야 별것 없다' 라는 결론을 도출한 뒤 한국 측 요구에 따라 대응에 나섰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미군 측은 만일 캠프 캐럴에서 파낸 고엽제 등 화학물질에 대해 처리 장소와 방법을 공개한다고 가정하면 지금보다 엄청난 규모의 후폭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계산을 미리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군 측이 건네준 공병대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헬기장 인근의 D구역과 유독물질을 쌓아두었던 41구역에 대해 미군은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레이더조사, 전기비저항탐사법 조사 등을 통해 샅샅이 뒤진 것으로 나와 있다. 미군은 또 기지 내 환경오염 여부 조사를 4년마다 하고 있다. 기지 내부에 16개의 수질검사 전용 관정을 뚫은데다 2004년에는 한국 기업인 삼성물산까지 참여시켜 정밀조사를 한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까지 기지 내에서도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엽제 드럼통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의혹 조사는 한미 공동조사라고 하지만 사실상 미군의 단독조사다. 조사시작 첫날부터 장비에 대한 논란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미군은 당초 조사심도가 5, 6m 수준인 지표투과레이더(GPR)를 들고 나왔다. 이어 GPR의 맹점을 보완한다며 전기비저항방식의 장비를, 또다시 마그네틱(Magnetic survey) 장비를 도입하는 식으로 그저 상황에 맞춰 임기응변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고엽제의 드럼통이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캠프 캐럴 현장의 환경이 지난 30여 년 동안 많이 바뀌었다는 점도 난제다.

공동조사단원인 송필각 경북도의회 부의장은 조사과정에서 "헬기장이 원래 낮은 지대였는데 나중에 높였다는 주민 증언이 있다. 더 깊이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장세호 칠곡군수도 "D구역은 옛 지형으로 봐 계곡이었는데 엄청난 높이로 지대가 돋워졌을 것이다. 과연 10m 깊이의 조사로 가능한가"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환경단체에서는 "현 조사방법은 땅속의 이물질 여부만 파악하는 것이지 토양의 오염도 조사와는 상관없는 작업"이라며 "고엽제 조사의 경우 의심되는 지역의 토양을 일정한 넓이의 격자로 나눠 토양시추부터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군이 이번 조사에서 고엽제 등 화학물질 매립의 정황이 드러날 경우 이를 과연 사실대로 밝히고 사후 치유와 피해보상 등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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