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정치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골프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 '백악관에서 그린까지'(돈 반 나타 주니어 지음)를 보면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은 정무를 소홀히 할 정도로 골프에 빠져 지냈다. 몸무게가 160㎏ 이상이나 되는 그는 어설픈 스윙으로 웃음거리가 되곤 했지만 외국 정상이 백악관에 방문한 시간에도 골프 약속을 취소하지 않을 만큼 골프를 좋아했다.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워런 하딩은 내기 골프를 즐겼고 금주법하에서 골프 모임 후 버젓이 술을 마셨다. 부드럽고 우아한 스윙으로 최고의 대통령 골퍼로 평가받는 케네디 대통령은 전임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골프에 빠져 지낸 것을 국민들이 좋아하지 않자 은밀히 골프를 치곤 했다.
19세기 후반, 골프가 여가활동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태프트 이후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들은 골프를 즐겼다. 해리 트루먼과 허버트 후버, 지미 카터,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간혹 필드에 나섰던 캘빈 쿨리지는 골프를 좋아하지 않았다. 필드에서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듯이 케네디는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 신경을 자극하는 말을 했고 닉슨은 숲 속에 들어간 공을 던져서 빼내는 속임수를 쓰기도 했다. 린든 B. 존슨은 공을 자주 다시 쳐 권위적 면모를 드러냈고 뻔뻔한 거짓말쟁이로 인식되었던 빌 클린턴은 공을 두 번 이상 다시 쳐 '빌리건'이라 불릴 정도의 멀리건을 사용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적이라 할 수 있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골프 회동을 하기로 해 미국 현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머리를 식히기 위해 정치적 동지나 친구들과 골프를 친 반면 오바마는 정치적 경직 상태를 풀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했다고 한다. 실력이 나은 베이너 하원의장이 대통령을 큰 타수 차로 누르기 위해 맹연습 중이라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다리가 불편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빼고 골프를 즐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와 골프 회동을 하면서 3당 합당을 일궈내기도 했다. 골프보다는 테니스를 즐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2년 8개월여 만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여야 영수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골프장에서 만나는 회담은 아니지만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가길 기대한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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