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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소통에 대하여

대구예총의 슬로건은 '통통예술'(通統藝術)이다. 통(通)은 소통을 의미하고 통(統)은 화합을 말한다. 예술은 인간과의 소통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인간의 가장 깊은 본성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사랑함으로써 존재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작업이라 한다면, 예술로 통(通)하면서 이 땅 위의 삶을 아름답게 어우러지게 하는 통(統)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예술의 결정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인의 한 사람으로 나의 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통(通)했는지, 그리고 얼마만큼 스스로 이 세계와의 화해를 하며 통(統)했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소통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세상을 움직이는 네트워크 첨단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서 역으로 소통의 단절은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열려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는 현상이 일고 있다. 가족이라 해도 자기의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순간, 그들은 기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 속을 기웃거릴 뿐, 진정한 인간과의 소통은 사실상 부재한다. 마음이 움직여서 내미는 따스한 손이 아니라 기계와 전자파들이 쏘아대는 위험한 프러포즈가 가슴은 없고 머리만 공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피상적인 관계가 난무하게 되고, 잘못된 소통은 삶의 길을 어긋나게 하는 위험한 일도 생긴다. 자살 사이트라는 말을 예전엔 들어보지 못했다. 죽음을 모의하는 사람들이라니! 소셜네트워크가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통의 도구가 되어가는 세상이지만 때로 자신의 진실과는 거리가 멀게 개인의 인격과 프라이버시는 왜곡되어지고, 또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으로 과대포장이 되어서 허공에 떠돌아다니며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세계 유수의 커뮤니케이션 회사로 인정받는 플레시먼힐러드(Fleishman-Hillard)의 데이브 시네이(Senay) 회장은 '커뮤니케이션은 이해다'라는 견해를 강조한다. 소통 상대의 차이와 개성을, 그들의 문화·인생·가치관 등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해낼 때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는 것이며,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방법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정보 습득 지문'(media consumption fingerprint)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예술, 역사학'철학'인류학'정치학 등 각종 인문학적 지식, 때로는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양(素養)이 소통의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시는 즉물적인 감정이 아니라 사랑에 바탕을 둔 원거리 소통이기 때문에 그 거리감을 좁히고 독자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 온몸으로 이 세계와의 소통을 꿈꾸어 왔던 김지하 시인이 '소통을 거부하는 것은 악이다'라고 선언했듯이, 문학이 인간의 가장 내밀한 모습을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임을 아는 나는(우리는) 제대로 통통(通統)하고 있는가.

강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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