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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은 고만고만한 싸움 될 것"…안희정 매일신문 정치아카데미 강연

정당·후보 모두 빈약, 여야 모두 자기혁신 필요

'정당과 후보 모두 빈약해 내년 대선은 고만고만한 싸움이 될 것이다.'

22일 오후 매일신문사 11층 강당에서 열린 '매일신문 정치아카데미' 제6강의 초청강사로 나선 안희정(사진) 충청남도지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여야 정치권에서 각종 공약'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며 "21C에 맞는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또 "국민들의 진정한 관심과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은 자기것만 챙기고 희생을 하지 않는 보수의 역사를 버려야 하고, 야권 역시 탄압을 받았다는 피해의식만 가지고는 집권하기 힘들다"고 충고했다.

안 지사는 특히 평화'통일'안보 등 구시대적인 주제를 가지고 정치에 이용하는 순간,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나라를 말아먹자고 하는 정치인이 누가 있겠는가. 적어도 안보에 대해서는 서로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며 "안보와 관련된 주제를 선거에서 꺼내는 것 자체가 진정한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했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안 지사는 "박정희 시대의 쿠데타와 독재의 역사에 대해서 잘 정리해야 한다. 미화하거나 옹호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충고했다. 안 지사는 또 "지도자는 메시아 역할을 해야 하며 결국 국민통합을 의미한다. 여야의 (대선) 후보들은 20세기 옳지 못한 역사에 대해선 자기 입장을 정리해 국민을 통합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적자론' 등 최근 발언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한 수강생의 지적에 대해서는 "(제 발언이) 손 대표를 지칭한 발언이 아니다"며 "탈당 등은 정당에 대한 신념의 문제다. 미국의 경우 200년간 상원의원이 당적을 바꾼 사람은 3명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60년 동안 탄생한 정당의 수만 A4용지 7장 반 분량이다. 당적 변경의 역사를 바꾸고 싶은 개인적인 신념과 정당의 원칙을 강조한 것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3대 고질병으로 '안보'와 '성장' 그리고 '지역주의'를 선거에 이용하는 것이라고 꼽은 안 지사는 지역주의 극복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이명박 정부의 탄생과 집권 3년으로 안보와 성장이 보수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 입증됐다면서도 지역주의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안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세가 강한 경남에서 무소속으로 나선 김두관 지사가 당선된 것이나 자유선진당세가 강한 충남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제가 당선된 것은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국민들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영남과 호남, 충청 등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지역적 연고만 갖고 정치해선 안된다"며 "민주당에서 좋은 정책과 소신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키워줘야 한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그래야만 지역주의라는 망국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자신의 대선역할론에 대해서는 "도지사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스스로의 '깜냥'을 확인해 보겠다"는 발언으로 즉답을 피했지만 몸집키우기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숨기지는 않았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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