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뮤지컬 도시'라 일컫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뮤지컬 제작 기반은 취약하다.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야기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여배우의 기근'이다. 노래와 연기가 모두 되는 여배우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요즘 주목받는 여배우들이 있다. 가창력과 연기력을 두루 겸비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민주(27) 씨와 설화(26) 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공식초청작 '1224'(7~10일 하모니아아트홀 공연)에도 나란히 등장해 연기력 대결을 펼친다.
◆이민주
이민주 씨는 준비된 뮤지컬 배우다. 지역 대학의 뮤지컬 전문학과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대경대 뮤지컬과 1기로 지역 뮤지컬 배우의 원조인 셈이다. 대학 때부터 탄탄한 기본기를 쌓은 것이 강점.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노래대회에서 입상했다는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에 자신이 있었다. 노래에 대한 자신감은 자연스레 뮤지컬로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수백 번 봤을 거예요.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좋더라고요. 그러면서 뮤지컬의 매력을 느끼게 됐지요."
그녀는 2004년 대구시립극단의 뮤지컬 '동화세탁소'로 데뷔했다. 이후 지역 뮤지컬계에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서울로도 올라가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서울에서 공연된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와 '맘마미아' 오디션에 당당히 통과해 앙상블로 출연한 것. 9월부터는 서울 맘마미아 전용관에서 공연될 뮤지컬 '맘마미아' 앙상블로 다시 활동한다. "제작자들이 제가 무대에서 발산하는 에너지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요. 체구는 작지만 강렬함이 뿜어져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주연이나 조연과 달리 앙상블로 활동하면서 부담감 없이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했어요."
이 씨는 '1224'에서 금미미 역할을 맡았다. 도도하고 세련돼 현대 여성의 우상이지만 마음 속 깊이 친구에 대한 열등감을 가진 역할이다. 앞으로 관객들로부터 느낌이 좋은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그녀는 대구 뮤지컬계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최근 대학마다 뮤지컬 관련 학과가 많이 생겨 전공자가 많이 배출되지만 실상 그들이 졸업 후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빨리 마련돼야 해요."
◆설 화
최근 지역 뮤지컬계에서 '섭외 0순위'를 꼽으라면 설 화 씨가 단연 돋보인다. 뮤지컬 '엄마와 젓가락'과 '투란도트', '1224'까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하긴 했지요. 하지만 대학 때 뮤지컬을 하는 친구가 공연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진로를 뮤지컬로 잡았죠. 연기하고 노래하는 것이 저한테 딱 맞을 것 같았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뛰어들어 이젠 어느 정도 정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녀는 중앙대 국악관현악과(가야금 전공)를 졸업했다. 뮤지컬 전공이 아니라는 면이 오히려 뮤지컬에 대한 열정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 누구보다 연기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것. "틈틈이 연기 레슨을 받아요. 지금까지 배우로 활동한 지 3년 반 정도 됐는데 기초가 약하다 보니 조금씩 한계를 느끼는 것 같아요." 활동하면 할수록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자꾸 생긴다는 것이다. 2007년 대구 작품인 뮤지컬 '허브로드'로 데뷔한 그녀는 원래 노래가 좋아 뮤지컬을 시작했는데 점차 연기의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올해 내로 모든 일정이 끝나면 잠시 쉬면서 연기와 노래 공부에 전념하고 싶어요."
설 씨는 이번에 출연하는 뮤지컬 '1224'에 대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어머니와의 사랑과 친구의 우정, 남자와의 사랑 등 모든 요소가 골고루 버무려진 뮤지컬이라는 것. 극 중 김진미 역을 맡아 모범적이고 규칙을 중요시하며 다소 보수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앞으로 작은 배역이라도 좋은 작품에 참여해 꾸준히 성장하고 싶어요. 배우 중에 대구 작품이라고 저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구 작품도 좋은 것들이 많아요. 선입견을 버리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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