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위안화 국제화 시대를 대비해야

21세기의 전쟁은 무기로 싸우는 시대가 아니라 돈으로 싸우는 '금융전쟁'의 시대다. GDP 수치에서 미래 언젠가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GDP 수치를 따라잡는 것은 21세기의 강대국 간 패권전쟁에서 의미 없는 일이다. 21세기 강대국 간 진정한 힘의 비밀은 제조업이 아니라 바로 금융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21세기의 초강대국 미국이 바로 그런 비밀을 가진 나라다. 미국은 제조업을 모두 아시아로 보내고도 금융으로 잘먹고 잘산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전쟁에서부터 최근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무기로 싸운 전쟁에서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이긴 적이 없다. 그러나 미국은 금융전쟁에선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 금융위기가 나면 미국의 IB와 헤지펀드 등이 중심이 된 달러는 금융위기가 터진 아시아, 중남미,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돈을 챙겼다.

지금 중국이 그런 모습이다. 금융에서 궐기가 무섭다.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이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다. 형제국이라던 유럽국가들은 차일피일 지원을 미루는데 유럽을 순방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부도난 유럽국가에 대한 자금지원을 시사했다. 바로 유럽이 뒤집어졌다. 그냥 두자니 중국의 영향이 커지고 안 하자니 남유럽은 중국의 영향력 하에 들어가고 유럽중앙은행에 갑자기 두통이 생겼다. 중국은 매월 외환보유고가 500억~600억 달러씩 불어난다. 넉 달치 외환보유고 순증가분이면 세계 금융시장의 골칫덩이인 그리스를 구제하고도 남는다. 지금 중국은 '사회주의 중국'이 아니라 '주식회사 중국'이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한발 더 나아가 전세계 M&A시장과 금융시장에 큰손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이제 '투자회사 중국'이다.

중국이 제조 대국 다음으로 꿈꾸는 것이 바로 미국과 같은 '금융대국'이다. 금융대국의 전제는 '위안화의 국제화'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발언권이다. 중국이 2020년까지 꿈꾸는 것은 바로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돈 찍어 돈을 버는 기축통화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위안화의 국제통화에서 비중을 30%까지 올려 기축통화에서 달러의 독점을 과점의 시대로 몰고 갈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은 아세안국가와 무관세를 실시하고 변경무역에서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경제권'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일본 경제권 건설은 실패했지만 지금 중국은 화교 네트워크와 넘치는 달러를 담보로 '위안화 경제권'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달러를 대신하는 위안화의 시대가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다.

아세안에 국경 없는 시대가 오면 중국의 13억 인구에 아세안의 인구 6억을 합치면 19억 인구의 경제권이 된다. 무역에서 세금이 없어지며 바로 아세안이 모두 중국의 '만리장성 우산 속'으로 들어간다. 미국이 사주던 아시아의 상품을 13억의 인구가 대신 소비하면 아시아의 대미 의존도는 자동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21세기에 아시아 지역통화권의 시대는 예상보다 빨리 올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미국, 유로, 중국의 '기축통화의 과점시대'가 도래한다.

중국의 '기축통화의 과점시대'가 온다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실크로드를 통해 당대 최고의 발명품을 유럽에 전했던 비단장사꾼 왕 서방을 모르는 이들, 중국이 아프리카까지를 정복한 해상대국의 주인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에게 중국의 부상은 '신기한 돌연변이'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2천 년 역사를 되짚어보면 중국은 단지 근세 200년의 역사에서만 서방세계에 뒤졌다. 그전에는 항상 서방에 앞서 있었다.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50년간 중국보다 잘살았지 그 이전에는 중국을 앞선 적이 없었다. 중국인의 혈관에 흐르는 장사꾼의 기질을 절대 낮게 평가해선 안된다.

중동의 사막과 고원을 넘나들며 단련된 국제적인 장사꾼 기질과 아프리카까지를 정복한 무역상의 기질이 21세기에 위안화를 들고 전 세계를 누비는 21세기 '신(新)차이노믹스'를 만들고 있다. 한국이 이런 중국을 업어치기해 돈을 벌려면 중국경제와 금융을 철저히 알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금융기관, 연구기관과 대학에 중국의 명문대에서 중국경제와 금융학을 공부한 전문가들이 몇이나 될까? 삼성과 현대 등 한국 제조업이 중국에서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다. 금융이 깨지면 헛일이다. 중국이 10년 뒤에 아시아의 기축통화로 일어선다면 한국은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한국에서도 있어야 한다.

전병서(중국경제금융센터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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