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생명이다. 생명은 삶이다.
반변천의 수달, 내성천의 흰수마자, 영강의 맹꽁이가 물과 더불어 산다. 병성천의 모래무지, 위천의 참갈겨니, 감천의 검은댕기해오라기도 물에 기대 생명을 잇고 있다. 그리고, 그 자연의 한가운데 인간이 산다.
물은 개울이고, 강이고, 바다다. 개울과 강은 산을 타거나 비껴 흘러내린다. 개울과 강은 산과 바위와 부딪쳐 절벽을 만들고 절경을 드러낸다.
한반도의 허리, 백두대간과 그 지맥을 타고 개울과 강은 흐른다. 일월산 국망봉 황장산 청화산 국수봉 수도산 가야산은 모두 낙동강의 가지(支) 물길을 만들어낸 모태다.
인간은 강과 산에서 노닐며 참된 삶을 영유한다. 강과 산에서 먹을거리를 구하고, 강과 산이 빚어낸 들판에서 더 많은 먹을거리를 취한다. 인간은 강산과 어우러져 문화를 잉태한다.
회천의 암각화는 대가야를 부르고, 감천의 죽장동 5층 석탑은 통일신라의 위용을 뽐내고, 위천의 인각사는 고려 일연 스님과 삼국유사를 되새긴다. 반변천 서석지는 조선의 은둔 선비와 함께하고, 병성천 임란북천전적지는 임진왜란 때 스러져간 혼령을 부른다.
문화는 문화를 낳고, 쌓인 문화는 역사가 된다. 인간이 낳은 문화, 문화가 쌓인 역사가 문명을 일군다.
반변천 길안천 내성천 영강 병성천 위천 감천 금호강 회천은 인간과 더불어 문화를 낳았고, 역사를 쌓아 낙동강 문명을 창조했다.
매일신문이 창간 65주년을 맞아 '신낙동강시대-지류를 찾아서'를 연재한다. 낙동강 지류에 담긴 생태 문화 역사를 살펴보고자 하는 기획물이다.
낙동강 지류를 머금고 사는 동물과 식물 생태, 이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려고 한다. 또 사람이 내(川)와 강 물길과 감응해 만들어낸 문화와 유산,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낙동강 지류를 둘러싼 역사를 더듬어보려고 한다.
'신낙동강시대-스토리가 흐르는 마을'에 이어 크고 작은 물줄기를 모아 낙동강과 한 몸이 된 지류의 생태 문화 역사를 짚으면서 낙동강 문명의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남기려는 시도이다.
◆반변천…영양 일월산∼안동 지리
영양 일월산(1,211m)에서 발원한 물길이 장군천과 동천을 빨아들이고 안동 지리에서 용전천을 머금은 뒤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태백산맥 능선을 유역 경계로 해 남북 방향으로 긴 협곡을 이룬다. 수달(천연기념물) 구렁이(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쏘가리 꺽지가 서식하고 있고, 맹꽁이 조롱이 말똥가리 수리부엉이 등이 하천과 더불어 생태계의 조화를 이룬다. 영양 주실마을과 두들마을, 서석지와 방호정 등 역사문화와 전통이 반변천 주변에 스며 있다.
◆길안천…청송 보현산∼안동 길안면
청송 보현산(1,124m)에서 시작해 현서면과 안덕면을 지나 안동 길안면, 임하면에서 반변천으로 흘러든다. 길안천이 반변천에 합류되는 지점인 임하면 천전리에 하천섬(河中島)인 불거리가 형성돼 있다. 하천변의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침류정 방호정 백석탄 등이 자리 잡고 있고, 묵계서원 계명산자연휴양림 천지갑산 등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은어 꺽지 다슬기가 하천 호박돌 위로 노닐고 있다.
◆내성천…영주 국망봉·봉화 선달산∼예천 용궁면
소백산맥 영주 국망봉(1,420m), 봉화 선달산(1,236m)에서 시작한 물길이 산맥 능선을 경계로 흘러내려 남서쪽 영주 안동 문경을 거치면서 서천 옥계천 한천 금천 등의 물길을 모은 뒤 예천 용궁면 남쪽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하천이 휘감아 돌아 육지 속의 섬마을 회룡포를 만들어냈다. 내성천과 금천, 낙동강 세 물길이 모여 삼강을 이룬다. 흰수마자(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가 내성천 상류에 출현하고, 모래무지가 헤엄친다.
◆영강…상주 청화산∼사벌면 퇴강리
상주 청화산(984m)에 흘러내린 물길이 문경시를 동서로 가로지른 뒤 이안천 물길을 모아 사벌면 퇴강리에서 낙동강에 몸을 맡긴다. 하천 주변에는 구렁이 맹꽁이 여우 수달 삵 등이 나타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문경새재, 경북팔경 중 일경인 진남교반 등을 중심으로 산과 하천이 빚어낸 절벽과 기암괴석이 눈길을 모은다. 백두대간'낙동강 영상산업벨트, 영강레포츠타운, 길체험루트 조성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병성천…상주 국수봉∼병성동
상주 국수봉 남쪽 계곡에서 발원해 이안천 북천 동천 장천 외서천 청리천 등을 그러모은 뒤 상주 병성동에서 낙동강으로 합류한다. 모래무지 끄리 흰수마자 등이 서식하고 있다. 용유계곡 백약산계곡 형제봉과 청계산'칠봉산 계곡이 자연의 멋을, 흥암서원 충의사 임란북천전적지가 역사문화의 향을 품고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낙동강 역사문화생태체험 특화단지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위천…군위 고로∼상주 중동면
군위 고로지역 산지에서 발원해 의성 비안을 거쳐 상주 중동면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의성 춘산에서 흘러든 쌍계천, 군위 부계에서 발원한 남천, 의성 사곡과 안평에서 각각 발원한 남대천과 안평천, 구미 산동에서 발원한 곡정천 등을 한곳으로 모은다. 희수마자와 끄리, 참갈겨니 등의 안식처이다. 남계서원과 제동서원, 산운마을과 불로리마을, 법주사 보현사 인각사 의성탑리오층석탑 등 전통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감천…김천 수도산∼구미 선산읍
김천 수도산(1,318m)에서 출발한 물길은 매산과 국사봉 사이의 구불구불한 골짜기 안을 따라 흐르다 김천 북동부에 개령들을 만들어낸 뒤 구미 선산읍을 거치면서 선산분지를 이루며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꼬마물떼새 붉은머리오목눈이 검은댕기해오라기 등 조류 30여 종과 붕아마름 이삭물수세미 노랑어리연꽃 등 식물이 자라고 있다. 선산 죽장동 5층석탑, 김천 직지사 등 문화유산, 강정나루터와 주막 등 근현대사의 정취가 남아 있다.
◆금호강…포항 죽장면∼대구 달성군
포항 북구 죽장면 가사리 남쪽 계곡에서 발원해 영천 자양면과 고경면, 경산시, 대구 달서구 파호동을 거쳐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옛 강창나루터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자양천 임고천 고촌천 북안천 범어천 신천 이언천 등이 한데 섞여 물줄기를 형성한다. 이 강물에는 외래어종인 블루길 배스 등이 토종 물고기를 멸종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팔공산 화원유원지 독암서당 등이 강 주변 생태 역사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회천…가야산∼고령 후곡면·합천 덕곡면
가야산에서 발원한 한 물줄기는 성주 가천면과 수륜면을 거쳐 고령읍내로 흘러 가천(대가천, 소가천)을 이루고, 다른 물줄기는 합천 가야면과 야로면, 쌍림면 안림리를 거쳐 고령읍내로 들어가는 안림천(야천)이 된다. 이 가천과 야천이 고령읍에서 만나 회천이 되고, 회천은 다시 동남쪽으로 흘러 고령군 우곡면과 합천군 덕곡면에서 낙동강으로 유입된다.
옛 대가야의 젖줄로 고령 양전동 알터암각화, 쌍림면 안화리암각화, 지산동 고분군 등 1천500여 년 전 유적이 즐비하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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