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우- 뿌-우-웅'
대구-포항 간 미니(?) 열차의 기적소리는 열차 소리답지 않게 무척 앙증맞다. 그래서 더 친숙한 느낌이다. 대구선은 유난히 무인 건널목이 많다. 그래서 기적소리도 잦게 울린다. 하지만 애교스런 소리를 내다가도 때론 '뿌-와-앙'하면서 웅장한 쌍기적 소리로 바뀐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다. 대구선 미니열차는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그래서 대구에서 포항까지 천천히 달리며 가끔 간이역에도 정차하는 등 '2시간의 낭만 여행'을 즐긴다.
◆미니열차의 매력
대구선은 대구~영천 구간의 철도다. 대구역을 시작으로 금호강 연안을 따라 영천에 이르는 29㎞ 철도다. 경부선과 중앙선을 이어주는 것이 임무다. 건설 당시에는 경동선(慶東線)으로 불렸지만, 요즘은 대구선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노선은 대구∼영천 구간이지만, 실제 운행은 대구∼포항을 오간다.
대구선 열차의 가장 큰 매력은 느림이 보여주는 바깥 풍경이다. 여유가 있는 완행열차는 '빠름'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대구선 열차는 4칸짜리 미니열차다. 옛날 통일호가 다니던 완행열차 시절엔 대구~포항 요금도 2천700원에 불과해 2시간 동안의 낭만여행을 즐기기도 좋았다. 요즘은 무궁화호로 대체돼 동대구~포항 6천200원이다.
◆대구선 열차 풍경
오전 6시 동대구역을 출발하는 대구선 열차는 사실상 '통근열차' 역할을 한다. 코스는 동대구~하양~영천~건천~서경주~경주~안강~효자~포항이다.
오전 열차는 간이역 주민들을 위해 더 촘촘히 선다. 대구선 미니열차는 아기자기하다. 곳곳이 승객을 위한 배려다. 가족이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동반좌석'이 눈길을 끈다. 자유석은 옛날 비둘기호 열차처럼 좌석을 창 옆에 길쭉하게 연결한 이색 공간이다. 1호차와 2호차 사이에는 장애인을 위한 공간도 있다. 휠체어를 넣을 수 있도록 출입구 부분이 널찍하다. 미니열차답게 카페 열차도 앙증맞은 미니카페다.
정한수 여객전무는 "대구선 열차는 예전에는 대구~포항 통근열차였다"며 "경산역이나 청도역에서 산나물과 과일 등을 큰 바구니에 담은 아주머니들이 포항 시장에 가기 위해 열차를 타는 모습이 진풍경이었다"고 말한다. 거의 사라지긴 했지만, 요즘도 머리에 짐을 이고 포항 시장에 나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대구선 열차의 승객은 느긋한 표정들이다. 대부분 여행을 즐기는 승객들이기 때문이다. 여유롭게 달리는 열차의 속도는 바깥풍경을 감상하기에 아주 좋다. 지나쳐 가는 간이역은 한결같이 아름답다. 한 순간에 휙 스쳐 지나가 버리는 KTX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다. 열차 안은 냉방이 잘돼 쾌적하다.
열차는 경주역에서부터 거꾸로 가기 시작한다. 포항 방면으로 가기 위해 열차진행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올 때는 앞머리였던 운전실은 이젠 꼬리가 됐다. 처음 탄 손님들은 이런 경험을 재미있어 한다. 정한수 여객전무는 승객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면서 의자 돌리기를 도와준다.
2006년 11월 1일 철도공사의 대대적인 열차 개편으로 대구선 통근열차는 무궁화호로 승격되었다. 교통혁명이라 불리는 KTX의 출현으로 우리 생활은 무척 편해졌지만 그만큼 낭만과 여유로움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대구선 미니열차는 포항까지 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자동차로 국도를 달리는 기분과는 전혀 색다른 경험이다. 2시간이 오히려 짧게 느껴지는 달콤한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