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아리랑'은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마라, 누구를 괴자고 머리에 기름'으로 시작한다. 아주까리와 동백 열매는 머릿기름을 만드는 데 쓰인다. 여성 소리꾼이 아주까리와 동백 열매를 싫어하는 것은, 머릿기름을 발라도 꾈 남자가 없다는 말이다. 소리꾼이 남성일 때는 해석이 달라진다. 머릿기름 바른 여자가 너무 유혹적이어서 그 유혹을 뿌릴 칠 수 없다는 하소연이 되는 것이다.
국악사설을 현대적으로 집대성한 '창악집성'(唱樂集成)의 한 부분이다. 국악사설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한 이 책은 국악가사의 오류를 바로 잡는 동시에 정본(定本)을 확정하며, 상세한 풀이를 덧붙이고 있어 흥미롭다.
문학평론가이자 (사)서도소리 진흥회 이사장인 지은이 하응백은 국악인들이 부르는 거의 모든 소리의 사설을 수집해, 국악사설을 정리하고, 주석과 해설을 달았다. 구전되는 과정에서 원래의 가사 뜻을 상실한 국적불명의 가사를 바로 잡고 있는데, 입과 귀로 이어져온 '소리'의 특성상 가락과 음이 중요하므로 가사의 뜻이 조금 달라졌더라도 그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는 경우에는 전문 가창자들의 소리를 우선시해 가사를 표기하고 있다.
책은 의미가 어려운 가사를 일일이 쉽게 풀이해 묶었다. 낱말 그대로의 풀이뿐만 아니라 노래 전체에서 뜻하는 바를 함께 풀었다. 구절풀이와 전체풀이를 병행해 소리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 동시에 정확한 의미까지 파악한 것이다.
소리사설 출전과 소리의 영향관계의 맥락을 파악하고 있는데, 중국 한시나 조선시대 고시조에서 비롯된 가사를 일일이 출전을 찾아 밝히고 있다. 가곡, 가사, 시조창, 경기소리, 서도소리, 남도민요, 동부민요, 좌창, 잡가, 단가, 가야금 병창, 송서, 불가, 재담소리 등 판소리를 제외하고 현재 가창되는 전문 소리꾼의 모든 사설을 담고 있으며, 이본이 있는 경우에는 가치를 판단해 모두 수록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분류체계는 이창배의 '가창대계'를 따르고 있다. 편의상 북한의 소리를 서도소리로 모았으며, 충청도와 제주도 민요는 남도소리로, 경상도와 강원도 민요는 동부소리로 모으고 있다. 또 배뱅이굿과 장대타령처럼 서상성이 강한 소리는 재담소리로 명명했고, 송서와 불가는 따로 분류했다. 지은이는 이 같은 분류를 '국악현장의 현실성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1부 정악에서는 가곡, 가사, 시조를 담았고, 제2부 서도소리에서는 서도민요, 서도좌창, 서도입창, 서도시창, 서도재담소리를, 제3부 경기소리에서는 경기민요, 경기잡가, 경기입창, 경기재담소리를, 제4부 남도소리에서는 육자배기와 진도아리랑 등 남도민요, 충청도민요, 제주도민요, 단가, 가야금 병창을, 제5부 동부소리에는 밀양아리랑과 쾌지나칭칭나네 등 경상도민요와 한오백년, 정선아라리 등 강원도 민요를 담았다. 송서와 불가는 각각 제6부와 7부로 따로 묶었다.
모든 사설을 담고 있는 만큼 국악인들에게는 소리사설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일반인들에게는 노래가사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삶과 흥, 한을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리집'이 흔히 전문소리꾼들을 위한 경우가 많지만, 일반인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쓰고 편집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 하응백은 "인사동에서 우연히 수심가 한 자락을 들었는데, 서도소리의 목청은 가을 햇빛과 바람에 산란하는 백양나무의 나뭇잎 같은 것이었다. 그 소리에는 묵직하게 다가오는 둔중한 슬픔이 있었는데, 아마도 신의주가 고향인 선친의 삶이 그 소리 한 자락에 겹쳐 나의 잠재의식을 일깨웠기 때문일 것이다"며 문학평론가가 우리소리에 빠지고, 5년에 걸쳐 우리소리 집대성에 나서게 된 배경을 밝혔다. 1116쪽, 7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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