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1위이다. 하지만 암 치료 성적이 향상돼 암환자의 생존기간이 늘면서 적극적 치료 또는 조절, 삶의 질 향상 등이 중요한 의료 서비스 영역으로 대두되고 있다. 암 환자들은 통증, 피로, 무기력, 우울감, 빈혈, 구토, 영양결핍 등을 호소한다. 특히 통증은 가장 흔하며 고통스러운 증상이다. 극심한 통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암성 통증, 적극적 조절 필요
통증이 나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통증에 대한 공포가 암 자체와 죽음을 떠오르게 한다는 점이다. 암 환자의 마지막 희망이라면 부작용이 없으면서 정신이 명료한 상태로 통증을 완화하는 삶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통증의 조절은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암 환자의 통증조절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 대처를 하고 있다.
암 환자의 통증은 말기가 돼야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다. 암의 진단시점부터 생기는 증상이며, 진단 초기나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의 30~50%, 진행성인 경우 60~70%, 말기엔 80~90% 정도가 통증으로 고통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진단 초기부터 통증 조절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통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원인에 따라 나눠보면, 직접적인 암의 침윤에 의한 통증(65%), 항암치료 등 암 치료와 관련된 통증(15~25%), 암이나 치료와 연관되지 않은 기타 통증(10%)이 있다. 통증이 생기는 방식에 따라 체성 통증, 내장성침해성 통증, 신경병증성 통증 등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통증의 양상과 원인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에 따른 치료적 접근이 다르기 때문. 침해성 통증은 비마약성 진통제, 진통보조제, 일부 마약성 진통제 등으로 잘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경병증은 기존 진통제에 반응하기는 하지만, 삼환 항우울제, 항경련제, 스테로이드 등의 보조제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통증 조절을 위해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물리치료사, 심리치료사, 사회사업사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다원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또 약물치료뿐 아니라 이완요법, 물리치료, 최면요법, 피부자극, 신경차단, 행동심리학적 지지와 상담, 방사선 치료, 수술적 치료 등 다양한 방법들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진통제에 대한 잘못된 믿음
약물치료는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치료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환자 개개인에게 적합한 진통제의 종류, 용량 및 투여방법을 선택하는 것. 환자 상황이 허락하는 한 먹는 진통제를 우선 투여한다. 약물의 조절은 세계보건기구(WHO)의 '3단계 진통제 사다리'에 따라 진통제를 선택 또는 추가하는 것이 좋다. 진통보조제를 동시에 투여하면 마약성진통제 용량을 줄일 수 있다. 진통제는 크게 아세트아미노펜, 아스피린 등 소염진통제 등의 비마약성 진통제와 마약성 진통제로 나눌 수 있다.
소염진통제는 위장 장애, 피부 발진, 신장 장애, 혈소판 억제 등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 사용 중 부작용에 대해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마약성 진통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내성과 신체적 의존성이 올 수 있다. 그러나 내성이나 신체적 의존성을 마약중독과 혼돈해서는 안된다. 통증이 있는 환자에서 마약중독은 매우 드문 편이다. 일반적으로 변비, 졸림, 구역, 호흡억제, 배뇨장애, 입마름,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간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항상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약물 치료 시 환자들은 '통증이 있다는 것은 질병이 악화됨을 의미한다', '진통제를 자주 쓰면 중독되기 쉽다', '진통제를 사용해도 실제로 통증을 조절할 수 없다', '통증이 심해질 경우를 대비해 진통제를 아껴야 한다'는 등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잘못된 믿음은 암성 통증의 관리에 대한 방해요인이며, 해결해야 할 숙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재활의학과 박해운 교수는 "의료인들도 암성통증 조절에 대한 새로운 지식의 부족과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대한 법적규제와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통증의 조절에 소극적이며, 제도적 제한점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박해운 대구가톨릭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