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도벨벳은 IMF를 거치면서 회사 부채율이 500%까지 치솟았다. 워크아웃 상황까지 처했던 이곳은 살아남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연구와 함께 다품종 소량생산에 집중한 덕분에 2004년 부채율이 180%로 떨어지면서 회생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는 부채비율이 40%까지 낮아져 건실한 기업의 모습을 갖췄다"며 "부채율이 높을 때는 은행에 대출받으러 가면 찬밥신세였지만 지금은 은행에서 먼저 대출을 써달라고 할 정도로 사정이 바뀌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2. 지난해부터 대구염색산업단지 내 공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정도진(49) 씨는 아직 대상 공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 씨는 "섬유가 살아난다기에 사업을 해보려고 했는데 회사마다 내실이 튼튼해서 팔려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섬유산업의 내공이 강해지고 있다.
부채 비율이 떨어지고 수출 실적이 날로 증가하는 등 웬만한 경기변동에도 끄떡없는 경영체질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불황을 겪으면서 내실이 튼튼한 기업들이 살아남아 R&D 등에 투자한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대구경북 섬유업체들의 부채비율은 지난 2000년 509%에서 2009년 172%로 낮아졌다.
지역 섬유업계 관계자는 "IMF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이 자구노력에 나서 부채비율이 낮아졌고 일부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이 도산하면서 부채비율이 낮아졌다"며 "지금 살아남은 기업은 내실이 튼튼하고 그만큼 시설과 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고 말했다.
내실 강화의 또 다른 증거는 섬유 쿼터제가 폐지됐음에도 수출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74년 도입된 섬유 쿼터제는 한국 섬유의 일정 부분을 매년 미국에 수출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한국 섬유는 매년 일정량 이상의 수출물량을 확보하는 등 이점을 누렸다. 하지만 쿼터제가 1995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가 되면서 지역 섬유산업의 수출 실적도 하락했다. 1995년 55억1천800만달러였던 수출액이 점차 감소하면서 쿼터제가 완전히 폐지된 2005년에는 22억7천100만달러로 절반 이상 줄었다. 한국무역협회 이동복 대구경북본부장은 "내실이 다져지면서 자연스럽게 수출 경쟁력이 강화됐고 실적 역시 좋아진 것 같다"며 "대구경북 섬유 수출은 지난해 28억5천600만달러에 이어 올해 33억달러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출 증가와 함께 수출 지역 다변화도 이끌어냈다. 2000년 당시 중국과 EU, 미국, 홍콩에 치우친 수출국이 2010년에는 베트남과 일본, 터키 등 다변화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역 섬유산업의 성장과 내실 강화의 원인으로 R&D 역량 강화를 꼽았다.
업체수는 줄어드는 반면 기업부설 연구소가 꾸준히 늘고 있어 기업들의 내실이 강화되고 있는 것. 1999년 2천7개였던 섬유업체는 2009년 1천190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대구경북 섬유 기업 부설 연구소는 2005년 38개에서 지난해 132개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연구원 수도 162명에서 46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섬유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이는 전국 268개 섬유 기업 부설 연구소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며 "대구경북지역에 집중된 R&D 역량이 고부가가치의 섬유를 생산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구시 류종우 섬유패션과장은 "대구경북 지역의 섬유산업이 내실이 강화된 것은 집적화된 인프라와 자생적인 노력 덕분이다"며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앞으로 탄소섬유와 슈퍼소재, 의료 소재 등 새로운 섬유 사업을 지역에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는 이달 4일 기획재정부 미래전략포럼에 참가, 대구경북 섬유산업 클러스터의 성장배경을 설명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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