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불교, 경상도, 대통령

불교는 2천500여 년 전 인도에서 생긴 종교다. 그러나 불교는 발상지인 인도나 중국보다 육로와 해로를 거쳐 전파된 한반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경상도 불교는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신라 땅 선산에서 몰래 전파시킨 이래 신라의 국교가 되면서 화려한 꽃을 피웠다. 선산은 신라 불교의 발상지로 성지가 됐고 신라왕경 경주는 불국토라 할 만큼 불교 흔적이 많다.

그중에서도 신라 재상 김대성이 현생과 전생의 부모를 위해 각각 세웠다는 불국사와 토함산 석굴암은 불교 유산의 백미로 손꼽히고 있다. 1995년 이 두 곳은 해인사 장경판전 및 종묘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특히 미소를 띤 듯한 석굴암 본존불의 평온하고 자비로운 모습은 세인들이 찬탄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 아울러 이름 모를 석공이 딱딱하기만 한 화강암에 그림 그리듯 새긴 본존불의 모습은 누구를 닮은 것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런데 시인 조지훈은 석굴암과 관련, "불상 표정은 최고 신품(神品)일 것이요, 동양미술 사상 동시대의 최고 정점이라 함은 전 세계의 감식안을 가진 자의 일치된 견해"라면서 "불상의 모델은 신라인이다"고 했다. 그는 또 "인도'중국'일본의 어떤 불상보다도 특이하고 원만한 그 풍모는 지금의 경상도 남녀의 얼굴과 같다. 그리스 조상(彫像)의 타입이 지금도 다도해 근방에 남은 것처럼…"이라며 극찬했다.

조지훈의 말대로라면 경상도 사람들은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부처를 닮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또 이명박 대통령의 "대구경북 사람들은 욱한다"는 지적을 듣다 보면 부처와는 영 딴판같이도 여겨진다. 이 경상도 사람들이 고향 서민들의 팍팍한 삶과 고향 일에 무관심한데다 불교계와 자주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 고향 출신 대통령에 대해 섭섭해하고 또 걱정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는 그렇게 요란을 떨며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관심조차 없다 뒤늦게 관심을 보이는 모습도 서운하게 여긴다. 관심의 강도를 떠나 어쨌든 고향 일에 인색하다고 여긴다. 또 불교계와는 취임 초부터 갈등을 빚은데다 최근 '동화사길' 등 기존 사찰 명칭 대신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도로명 새 주소 사업'으로 다시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 걱정스러울 뿐이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