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찾아서] <30>타인을 위하는 마음

앞장서서 남 돕는 사람들…타고난난? 환경이다?

행복은
'아이야!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새 생명을 뱃속에 품게 된 순간부터, 열 달간 사람의 형태를 갖춰가는 동안에, 세상 밖으로 처음 나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 그리고 말을 배워 '엄마!' 하며 달려와 품에 안길 때까지 부모는 수만 번도 넘게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그저 몸도 마음도 건강하기만을. 그러나 세상이 가만두질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부모의 기도 앞에는 '남보다 더'라는 말이 붙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옛날보다 덜' 행복해지게 됩니다. 처음 마음 그대로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사진=황교민(제52회 매일 전국어린이사진공모전 금상) 글=김수용기자
행복은 '천원'이다. 시인 김지하 님의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시가 있다. 밥은 하늘이며 그 하늘을 혼자서 못 가지는 것처럼 밥도 나눠 먹는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 행복을 지어 나누고 있다는 '기운차림 봉사단'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점심 한 끼에 1천원! 밥은 공짜고 1천원은 기부하는 것이란다. 굶주린 배가 아니라 마음을 채우고 갈 수 있는 곳. 단돈 1천원으로 행복을 나누는 모습을 생각하니 내 가슴도 따스해진다. 글/일러스트=고민석 komindol@msnet.co.kr

이타심은 한마디로 '남을 위하는 마음'입니다. 흔히 '행복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으로 얻는다'고 합니다. 말이야 얼마나 좋습니까. 비우고 버리고 의연하게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채우기는커녕 비울 것이나 있으면 좋겠다는 코웃음도 들립니다. 먹고 살기 바쁜데, 누구 하나라도 더 제쳐야 살아남는 세상인데 누구를 위한다는 말입니까. 한마디로 배 부른 소리입니다.

그런데도 빠듯한 살림 속에 이웃을 돕겠다며 신문사, 방송국으로 푼돈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몸이 아픈 친구를 늘 지켜주는 따뜻한 마음이 있으며,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작은 배려를 베푸는 마음 넉넉한 이웃들을 곧잘 보게 됩니다. 과연 이런 '이타심'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앞으로 '행복을 찾아서'를 통해 이타심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신문이나 TV에 극한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곧잘 등장한다. 한때 단란했던 가정이 가장의 사업 실패나 빚 보증 때문에 하루 아침에 거리에 나앉게 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이는 난치병에 걸려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 아버지는 쫓기는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고된 노동과 자식 병 수발로 매일 서너 시간 밖에 못 자면서 하루하루 지쳐만 간다.

가슴 한 켠이 저려오고 눈시울이 불거진다. 마음이 아프고 한편으론 화도 난다. '불쌍히 여김'은 누구나 갖는 마음이다. 기왕에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웃고 즐기며, 건강하고 감사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나뿐 아니라 이웃들도.

◆이타심은 관습적 차이다

물론 이런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을 위하려는 이타심은 분명 있다. 도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최근 한 논문에서 '(이타심은) 어떤 인종이냐는 유전적 요인보다 어떤 사회에 태어났느냐는 문화적 요인이 결정한다"고 주장이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에이드리언 벨 교수 팀이 2009년 10월 발표한 논문이다. 벨 교수 팀은 섬들로 이뤄진 남태평양 통가에서 섬마다 조금씩 다른 이타심을 보인다는데 착안해 과연 무엇이 이런 차이점을 낳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벨 교수 팀은 '이기적인 사람을 추방하거나 처형하는 사회적 관습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결과에 도달했다. 즉 이기적인 사람을 추방하고 처형하거나, 그들과는 결혼을 하지 않으며, 공동작업의 성과를 못 누리게 만드는 사회일수록 이기적인 사람이 적었다는 것. 달리 말하면, 얌체들을 방치하면 남들이 공동작업을 할 때 이들은 몰래 다른 일을 하면서 더 잘 살게 되고, 결국 짝짓기에서도 유리해져서 이기적 후손들을 더욱 많이 낳는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이기적 개인을 처단하는 문화를 가진 사회일수록 이기주의가 줄고 이타적 개인이 늘어난다는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coevolution)' 현상을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이타심 유전자가 따로 있다

한편 이기적인 유전자가 따로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11월 독일 본(Bonn)대 연구팀은 성인 남녀 101명의 입에서 세포 샘플을 채취해 'COMT'라는 유전자 반응을 조사했다. 'COMT'는 남에게 관대한 행동을 할 때 나타나는 뇌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전자에는 G형태와 A형태 2가지가 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들에게 컴퓨터 도박 게임을 시킨 뒤 딴 돈을 페루의 빈민 어린이를 위해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모든 사람이 'COMT' 유전자를 가진 것은 아니다.

4명 중 1명 꼴로 A형 또는 G형 'COMT'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유전자형에 따른 기부 정도는 큰 차이를 보였다. G형 유전자의 경우 20%가 딴 돈을 모두 기부하기로 결심한데 비해, A형의 경우 2%도 채 안되는 사람만이 기부를 결심했다.

물론 연구팀도 이런 행동이 유전자 탓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가정환경, 교육, 종교 등 환경요인도 중요하다는 것. 연구팀은 "이타심은 타인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인데, 과연 순수한 이타심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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