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대학의 변신

기성세대는 감히 생각지도 못한 일을 김연아가 했으며 박태환이 했다. 학문, 음악, 음식 어느 분야든지 세계 최고로 거론되는 젊은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 우리가 이들을 키워내기에 최적의 교육여건을 갖추었는지 점검할 시점이 왔다. 개개인의 개성은 무시한 채 단지 대학 졸업생이라는 판박이만 양산해온 것은 아닌지?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거나 선도하는 교육내용을 담고 있는지? 교육 관계자들은 학교 발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긍정적 답변이 쉽지 않다.

로봇을 전공한 전문계고 출신이 카이스트에 진학했는데, 얼마 전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획일화된 기성세대의 틀로 인해 귀한 생명을 앗은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그나마 최근 은행들이 앞으로 3년 내에 전체 채용 예정인원의 12.1% 수준에 달하는 총 2천722명의 고졸 인력을 채용하기로 하였다니 다행이다. 종전 실업계 고교라는 전문계고는 대부분 대학진학의 우회수단으로 이용되고 그나마 중도탈락 학생이 많다. 지난해 전문계고 졸업생의 71.1%가 대학에 진학한 반면 취업률은 19.2%에 불과했다. 일시적으로 고졸 인력을 채용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고졸자들을 위한 직장의 안정적 확보와 대졸자와의 임금격차 개선 없이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고졸 취업자들도 대졸 취업자와 똑같이 노력하면 승진이나 임금에서 불이익이 없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고졸자로 하여금 대졸자를 보조하는 단순한 업무를 하게 하는 직업의 계층화가 이루어지면 안 된다. 80%에 이르는 우리의 대학 진학률을 OECD 국가의 평균인 56%로 낮추었을 때 무려 1조원가량의 가계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한편 대학의 문제는 어떤가? 한때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대학들이 지나치게 양적 팽창만 추구하고 질적 성장을 등한시하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원칙 없이 연례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하지만 이를 아껴 쓰지 않고 학내의 무분별한 건물 신축, 과도한 재단 적립금 조성, 교직원이나 교수들에 대한 과다 혜택 부여 등으로 낭비하고 있다. 전국 23개 학자금대출제한 대학 중 무려 8개교가 대구경북에 소재하고 있는데 모두 방만한 재정문제와 낮은 신입생 충원율이라는 공통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수들도 자신의 연구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추구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교수들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최고의 학생들을 길러 낼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고졸자보다 다른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런 차별성이 없이 단지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졸자의 자리에 앉아 취직하였다고 한다면 개인으로도 불행하고 국가적으로도 낭비다. 그나마 집집이 대학졸업 후 놀고 있는 아들, 딸들이 한둘이 아니며 이를 보고 있는 부모들은 가슴이 터지고 있다. 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은 당국의 몫이다.

서영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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