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감정싸움으로 번진 '취수원 갈등'

대구 취수원을 구미로 이전하는 길이 '경제성 없다'는 결론에 막히면서 대구와 구미간 지역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

해마다 물난리를 겪으며 수질오염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구로서는 시민에게 '맑고 깨끗한 물'을 공급할 의무를 저지당하는 결과를 안게 됐다. 반면 우리가 쓸 물도 모자란다던 구미는 대구시가 정부에 요청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자신들에 유리하게 나오자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맑은 물'을 나눠 먹자는 취수원 이전 취지가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 때문에 지역 정치권 간의 갈등과 지자체 간의 마찰을 일으키며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구미는 대구 취수원을 구미로 이전하면 하류 지역의 유지수가 모자라 수질 악화가 발생하고, 공업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또 대구시가 2008년 말 실시한 낙동강 계통 취수원 이전 타당성 검토 용역에서 구미 상류 이전 방안을 이미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구미시의 반대는 일종의 '괘씸죄'가 작용한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대구시가 수돗물 오염사고로 해마다 난리를 겪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구미시와 경북도는 자신들과 한마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수원 구미 이전을 발표, 추진한 대구시의 태도가 얄미웠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구시가 우리 물을 뺏어간다"라는 여론을 조성했고 구미시민들도 '우리 물 확보'에 나서게 된 것이다. 급기야 단수 사태로 한바탕 '물전쟁'을 치르자 이런 여론은 불길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에 앞서 경북도의회는 아예 취수원 이전을 반대하는 '특별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취수원 이전에 대해 '사전 상의'라는 절차를 무시한 대구시의 행정력 부재는 두고두고 도마 위에 올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는 물 한 방울이 아쉬웠던 대구시가 정부에 요청한 것이라서 이제와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이 '먹는 물'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취수원 이전을 '경제성'만으로 판단해 백지화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낙동강 유역은 1991년 페놀 유출 사고 뒤 발암성 물질 검출, 중금속 기준 초과, 1,4 다이옥산 검출 등 크고 작은 수질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2009년에는 1,4 다이옥산 오염사고로 대구시 등에는 취수 중단 사태까지 있었다. 모두 129개의 산업단지가 들어선 낙동강 수계는 수질 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가장 큰 피해자는 대구시민이었다.

대구시는 1996년 영산강 본류 하류와 황산강 수계 취수장을 폐쇄해 상류 주암댐 광역상수도와 인근 저수지로 취수원을 옮긴 사례, 2009년 공주의 옥룡취수장과 부여의 석성취수장을 폐쇄하고 대청댐으로 취수원 이전한 사례를 들었다. 특히 한강도 깨끗한 수원 확보를 요구하는 시민이 늘자 잠실 수중보가 있는 상류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상류로 취수원을 이전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서상현기자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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