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탕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세상에서 가장 깊은 깔리 간다키(Kali Gandaki) 계곡이 있다. 이 계곡으로 들어가면 히말라야에서 가장 오지인 무스탕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안나푸르나와 다울라기리봉 뒤편, 티베트의 국경 지역에 위치한 땅, 높은 고도와 너무도 건조해서 황량한 산과 절벽, 그리고 계곡들이 마치 원시 자연을 닮아 신비로운 적막을 가진 땅, 해서 수많은 트레커들의 동경으로 자리 잡은 곳. 역사적, 문화적으로는 티베트이지만 영토적으로는 네팔에 속한 고대 티베트 전통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곳. 5년 전 안나푸르나 일주 트레킹에서 만난 한 독일 트레커는 황량함이 주는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무스탕 때문에 안나푸르나가 빛나는 것이라고 노래를 불렀다. 그가 가리키던 손가락 끝에 정말 잠깐 얼굴을 비추던 무스탕이 이제 눈앞에 펼쳐진다.
한 시간 남짓 계곡을 걸었을까? 가이드는 '티베트 불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빠드마삼바바의 동굴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하지만 바람에 부서진 작은 불탑 세 개는 최근에 지어진 것처럼 보이고 성자에 대한 어떠한 안내도 없다. 그저 단지 가쁜 숨을 몰아쉬던 길손들의 호흡을 내려놓기 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 들어갈수록 조금씩 불어나는 계곡의 물길을 피해 산길로 접어든다. 여름이 오면 계곡은 물이 차오르고 마른 계곡을 오가던 사람들과 말들은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가이드의 말에는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초라한 인간의 비애가 묻어난다. 무스탕 출신인 그는 한국에서 7년을 일하다가 최근에 네팔로 돌아왔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에게 한국은 꿈과 같은 곳이었다. 불법 노동자로 일하면서 그가 보낸 돈으로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아내는 카투만두에 4층짜리 집을 지었다. 임금 문제로 그를 고발한 업주가 아니었다면 그의 집은 더 높아졌을지 모른다고 그는 씁쓸하게 말하며 웃었다. '코리안 드림' 은 아직도 그를 놓아주지 않고 있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그를 떠나지 않을지 모른다. 좀솜을 떠나 가파른 계곡을 오르내리며 걷기를 4시간, 까끄베니(Kagbeni)에 닿았다. '까그'(Kag)는 '경계'라는 뜻이고 '베니'(Beni)는 '두 강의 합류점'이라는 뜻이다. 안나푸르나의 묵티나트에서 내려오는 계곡인 종 콜라(Jhong Khola)의 물이 여기서 깔리 간다키 강에 합류되는 이곳이야말로 무스탕 지역으로 들어가는 경계인 셈이다. 수확을 기다리는 푸른 보리밭이 마을 어귀에 물결 치고 있다. 불경을 새긴 깃발, 룽다가 펄럭이는 롯지에 도착하자마자 긴 의자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유리창 밖으로 위태롭게 매달린 전깃줄이 소리 내어 울고 있다.
전태흥 (미래티엔씨 대표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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