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니 역시 덥긴 덥다. 시원한 물놀이가 그립다. 주로 더운 지역을 다니다 보니 더위에는 웬만큼 적응이 됐다 싶은데, 한국의 무더위를 다시 느끼니 역시 쉽지가 않다.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니 바다 생각이 절로 난다. 인도 여행 중 더위를 식혀준 물놀이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봤다.
◆나짱의 명소 '빈펄랜드'
캄란(Cam Ranh) 이후 목적지는 나짱(Nha Trang). 해변에서 좀 쉬다가 중부 다낭(Danang)까지 올라가서 라오스로 넘어가는 것이 대략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변수가 생겼다. 나짱에 있는 대규모 워터파크 소식을 접하고 난 뒤였다.
'빈펄랜드'(Vinperal Land)라는 곳이다. 베트남 최고 갑부 소유라는데, 혼쩨(Hon Tre) 섬에 조성한 초대형 종합휴양지이다. 공원 전체가 20만㎡ 규모로, 이 안에 (물)놀이시설에다 수족관, 식당, 쇼핑몰에 호텔, 골프장까지 갖췄다. 특히 한국에 있는 동안 바다구경을 제대로 못 한 리아에게는 워터파크가 절대 지나칠 수 없는 장소였다.
'빈펄랜드'는 여러모로 인상적인 곳이다. 나짱 해변에서 바다 건너 섬을 바라보면 하얀색의 대형 영어간판이 '할리우드'(Hollywood)처럼 자신을 알린다. 가는 길도 특색 있다. 이용객은 입장권(1인당 미화 16달러)을 끊은 뒤 배나 케이블카 중에 하나를 선택해 이동할 수 있다. 대부분 케이블카를 선택하는데, 그 길이가 자그마치 3천320m(기네스 기록에 등재됐다고 한다)에 달한다. 바다 위를 40~60m 떠서 움직이며 풍경을 감상하는 멋이 있다. 바닥을 내려다보면 살짝 울렁이는 느낌도 있다. 그래도 몇 해 전 홍콩에서 경사도가 더한 케이블카를 타 봤기에 그 정도가 덜했다.
오전에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오후 늦게 도착한 빈펄랜드에는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예상외로 베트남 현지인들, 특히 젊은이들도 많았다. 제대로 수영복 갖춰 입고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라는 특이점이 있긴 있었다.
오랜만에 해가 나서인지 평소 놀이기구 타는 것을 즐기지 않는 나였지만, 이날은 무슨 일인지 '스페이스 홀'이라는 것까지 탔다. 19m짜리 폐쇄형 미끄럼틀. 이리 꺾이고 저리 꺾이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마지막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출구에 있는 풀에 떨어지자마자 '내가 이런 겁없는 짓을 왜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해는 났지만 여전히 구름 낀 날씨에 하는 물놀이라 금세 추위를 느꼈다. 생각만큼 맘껏 즐기진 못 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재밌고 활동적인 하루를 보낸 것 같았다. 오묘한 조명이 감도는 실내 수족관을 걸으며 300종이 넘는 물고기를 구경하다 보면 진짜 다른 신비한 세상에 빠진 듯한 기분도 들었다.
이날 일정은 섬에서 맛난 저녁까지 해결하고 화려한 분수쇼를 구경하고, 마지막까지 놀이기구를 타고 나서야 끝이 났다. 하루 나들이로 정말 이만한 곳이 없었다.
◆인도에서의 기억
인도에서도 물놀이 공원을 갈 기회는 있었다. 남부 케랄라 주의 코친 인근에 위치한 '비가랜드'(Veegaland)라는 곳이었다. '인도 최고(India's No. 1)의 놀이공원'을 표방하는 곳이다. 누군가에게서 이곳 얘기를 듣자마자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함께 여행 중이었던 '아터'(Arthur)라는 네덜란드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날씨였다. 몬순기간이라서 그런지 포트 코치(Fort Kochi)에는 매일 비가 내렸다. 소나기 정도였다면 비를 맞고라도 놀았겠지만 강수량이 게릴라성 폭우는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어떤 날은 밤새도록 내려댔고, 오전 내내 내리다가 오후 늦게 그치고, '이제 비가 그쳤나?' 싶어 나가볼까 싶으면 다시 내리는 등 심술이 보통이 아니었다. 몇날 며칠을 날씨가 좋아지기만 학수고대하던 우리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우리의 물놀이 기약은 이로부터 약 한 달 뒤, 캄보디아 '코 툰사이'에 갈 때까지 연기됐다.)
델리에 있을 때에도 간단하게나마 물놀이 시설을 이용한 적이 있긴 하다. 우리가 머물렀던 '피탐 푸라' (Pitam Pura)라는 지역에 위치한 '어드벤처 아일랜드'(Adventure Island)였다. 이름이 그래서 그냥 단순한 놀이공원인 줄로만 알고 갔는데, 물놀이 시설이 하나 있었다. 대형 양동이에 서서히 물이 차다가 일정 시점이 되면 이를 바닥으로 들이붓는 기구가 중심이었다. 그외 쉴 새 없이 물을 내뿜는 단순 기구도 몇 개 있었는데, 델리의 한여름 더위를 잠시나마 식혀주기엔 충분했다.
이곳에서도 재미있는 것은 수영복을 챙겨온 인도인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입고 있던 옷 그대로 물놀이를 즐겼다. 특히 여성들은 전통 여성복인 '사리'를 그대로 입고 놀았다. 이것은 노출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힌두교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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