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낙동강시대] 지류를 찾아서… ④길안천<상>

생태환경 고스란히 보존 곳곳에 병풍같은 절경이…

길안천 천지갑산 물돌이마을. 길안면 송사리 천지갑산은 산세가 천지간의 으뜸이라 한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노송이 어우러진 기암 7봉과 산허리를 휘감으며 태극 모양으로 흘러가는 태극 길안천(太極 吉安川)이 절경을 이룬다. 사진작가 강병두
길안천 천지갑산 물돌이마을. 길안면 송사리 천지갑산은 산세가 천지간의 으뜸이라 한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노송이 어우러진 기암 7봉과 산허리를 휘감으며 태극 모양으로 흘러가는 태극 길안천(太極 吉安川)이 절경을 이룬다. 사진작가 강병두
청송 안덕면 장전리 영양 남씨 무덤 옆에 서있는 향나무(천연기념물 제313호)는 수령이 400살 정도로 추정된다.
청송 안덕면 장전리 영양 남씨 무덤 옆에 서있는 향나무(천연기념물 제313호)는 수령이 400살 정도로 추정된다.
신성리 방호정에서부터 고와리 백석탄까지의 15㎞ 구간은 청송 1경으로 불리는 신성계곡이다. 계곡 끝자락에는 바위들이 온통 눈으로 덮인 듯 하얀색을 띤 \
신성리 방호정에서부터 고와리 백석탄까지의 15㎞ 구간은 청송 1경으로 불리는 신성계곡이다. 계곡 끝자락에는 바위들이 온통 눈으로 덮인 듯 하얀색을 띤 \'백석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엄재진기자
길안천 대사 1
길안천 대사 1'2'3교에서 토일마을까지 5㎞가량의 길안천은 굽이마다 절벽을 만들어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엄재진기자

길안천은 휴식 같은 강이다. 풍요로운 강이다. 사람들의 정서와 마음을 적시는 강이다. 때로는 몸을 부풀려 성난 모습으로 내달린다. 가끔은 천천히 사람들에게 먹을거리를 나눠주고 도란도란 얘기하듯 여유를 부리는 강이다. 상념에 젖은 사람들에게는 한 박자 느리게 천천히, 또 즐거움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박자 빠르게 사람들의 생활 리듬에 맞춰 그렇게 흘러가는 강이다. 굽이마다 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계곡과 산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줄기마다 푸르디푸른 물감을 풀어 놓은 듯 깨끗하다.

◆낙동강 제2 지류, 길안천

길안천은 청송과 영천에 걸쳐 누운 보현산(普賢山)과 청송 현서면 방각산(方覺山)에서 발원해 안동시 임하면 반변천으로 흘러든다. 유역면적은 478㎢, 길이는 72.5㎞이다. 낙동강의 동쪽 지류인 반변천과 합류하면서 낙동강에 흘러드는 또 다른 젖줄이다.

발원지에서 북쪽으로 거슬러 오르다가 청송 안덕 명당리에서 보현천을 합하고, 신성리에 이르러 다시 눌인천(訥仁川)을 합해 비로소 강다움을 보인다.

강은 안동시 길안면 송사리와 대사리, 청송군 부동면과 안덕면에 걸쳐 앉은 화부산(花釜山'626m)과 길안면 고란리 연점산(鉛店山'871m)을 끼고 감입곡류(嵌入曲流)를 형성하면서 절경과 장관을 연출한다. 이후 송제천과 고란천, 백자천, 산달리천, 현하천, 신기천 등 크고 작은 물길들을 한데 모아 임하면 신덕리에 이르러 반변천에 흘러든다.

◆아름다운 생태하천 50선

길안천은 환경부가 '아름다운 생태하천 50선'에 포함시킨 건강하고 아름다운 하천이다. 길안천에 보금자리를 튼 많은 물고기들은 전국 하천 가운데에서도 으뜸가는 자연생태를 유지하고 있다.

길안천은 주로 바닥에 자갈이 많이 있으며 모래들이 섞여 있다. 이 때문에 돌에는 부착 조류들이 많이 서식한다. 대표적으로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참다슬기'가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다.

환경부가 발간한 '건강한 하천, 아름다운 하천 50선'에 따르면 어류 가운데는 자갈이 많이 깔려 있는 맑은 하천의 중상류지역 여울을 중심으로 '쉬리'가 우점종을 차지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고유종인 수수미꾸리는 낙동강 수계에만 분포하는데 길안천 상류에 쉬리와 함께 많이 산다. 이 밖에 꺽지와 자가사리, 붕어, 돌고기, 몰개, 갈겨니, 동사리, 종개 등 우리나라 고유종들이 살고 있다.

청송 안덕면 장전리 영양 남씨 무덤 옆에는 높이 7.4m, 둘레 4.2m의 수령 400년 된 향나무(천연기념물 313호)가 잘 보전돼 있으며 길안면 송사리 길송초교에는 천연기념물 제174호인 수령 400년의 '송사동(松仕洞) 소태나무'가 있다.

안동대 이종은(생명과학과) 교수는 "길안천은 낙동강 지류 가운데 생태환경이 가장 잘 보전된 곳이다. 여름 행락객들이 많이 찾고 있지만 행정기관과 주민들의 감시 등으로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지켜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고유 어종들이 많이 서식해 '어류도감' 하천으로 연구되는 곳"이라고 했다.

◆청송1경 신성계곡, 기암절벽과 비경

청송 안덕면 신성리에서 고와리까지 이어지는 길안천 15㎞의 신성계곡은 굽이마다 기암절벽과 비경으로 '청송1경'으로 꼽는다. 절골이 주왕산을 파고든 계곡이라면 신성계곡은 청송의 들판을 헤집고 다니는 절경의 물길이다.

신성교에서 시작한 물길은 깎아지른 벼랑 위의 방호정을 지나 구불구불 물돌이를 치며 청송의 들을 적신다. '방호정'(方壺亭'경북도민속자료 제51호)은 1619년(광해군 11) 9월 조준도(趙遵道'1576∼1665)선생이 지었다.

방호정을 지난 물길은 지소리 인근에서 또 다른 절경을 뽐낸다. 일부러 깎아놓은 듯한 병풍 같은 붉은 바위 절벽이 계곡을 감싼다. 가을철이면 바위절벽의 붉은색과 울긋불긋한 단풍나무들의 색이 한데 어우러져 푸른 물속이 붉게 물드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지소리를 지난 물길은 고와리의 백석탄(白石灘)으로 이어진다. 물길은 갑자기 눈부시게 하얀 바윗덩어리를 지난다. 꽃처럼 피어난 흰 돌덩이는 시간과 물이 깎아낸 조각 작품이다. 고와리의 지명은 이곳의 풍경이 아름다워 '와 이리 고운가'라는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조선 인조 때 김한룡(金漢龍)이 고와마을을 개척하고는 시냇물이 맑고 아름다워서 '고계'(高溪)라 불렀다. 1593년(선조 26)에는 고두곡(高斗谷)이란 장수가 임진왜란 때 왜군에게 부하를 잃고 이곳을 지나다가 아름다운 경치에 마음의 상처를 달랜 뒤 '고와동'이라 이름을 고쳐 불렀다고 한다.

◆천지의 으뜸 천지갑산, 곡류마다 한 폭의 동양화

산세가 천지간의 으뜸이라 천지갑산(天地甲山)이라 한다. 높이는 462m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노송이 어우러진 기암 7봉과 산허리를 휘감으며 태극 모양으로 흘러가는 태극 길안천(太極 吉安川)이 절경을 이룬다. 학소대, 장수바위, 가마바위 등이 있다. 경북도문화재자료 제70호인 '대사동 모전석탑'(大寺洞模塼石塔)과 산 아래 송사리 길송초교를 끼고 고갯길을 넘어서면 깎아지른 절벽과 희뿌연 안개를 뿜으며 흘러내리는 길안천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천지갑산에서부터 길안천을 거슬러 오르면 절벽과 자연석이 강물과 함께 어우러진 길안천의 속살을 볼 수 있다. 대사1리 절벽 아래 길안천에는 한여름 땡볕을 피하려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하천은 자연 그대로 정화 능력을 갖춰 사람들의 심술에도 불구하고 한 발짝만 흐르면 다시 푸르름을 되찾고 있다.

대사1교를 끼고 왼쪽으로 흐르는 길안천도 어김없이 몸 한쪽에는 절벽이 버티고 있다. 층석이 수도없이 포갠듯한 절벽이 길게 줄지어 장관이다. 하천 곁으로 참나리꽃 무리들이 붉은색을 띠면서 한껏 멋을 부리고 있다.

대사2교와 대사3교 사이를 흐르는 길안천은 'S'자형 물돌이 형상을 띤다. 절벽과 하천 바닥에 깔린 자연석들이 어우러지고, 강 주변으로 울울창창한 소나무들이 빼곡해 선계(仙界)에 들어온 듯하다. 이 구간은 연점산과 화부산 사이로 흐르면서 감입곡류마다 쏟아지는 계곡과 기암절벽을 이뤄낸다.

주민 김진원(69) 씨는 "길안천은 다른 하천과 달리 산 계곡 속을 흐르고 있다. 이 때문에 곳곳에 절벽이 형성되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너른 백사장이 있어 사람들의 휴양처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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