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염색산업단지 내 126개 업체가 주말인 6일부터 4일간의 단체 휴가에 돌입한다.
6천100여 명의 직원들이 하필 이날 동시에 휴가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열병합발전소 때문이다.
한국염색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열병합발전소는 8일과 9일 이틀 동안 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한다. 이에 따라 염색단지 내에 입주한 업체들과 한국염색기술연구소 등은 6~9일까지를 공식적인 휴가 기간으로 정했다. 염색기술연구소 관계자는 "발전소가 가동이 중단되면 스팀의 공급이 끊기고 스팀이 반드시 필요한 염색업체들은 당연히 휴가를 갈 수밖에 없다"며 "매년 업체들과 연구소는 서로 합의를 통해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는 시기를 휴가 기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발전소가 염색단지 휴가의 기준점이 되는 셈. 업계는 통상 이 기간이 염색회사뿐 아니라 제직 등 지역 섬유업체 대부분이 동시에 휴가를 떠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염색 업체가 '올스톱'이니 작업 전후로 염색이 필요한 방직과 제직 분야도 휴식 기간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염색단지 열병합발전소의 중추적인 역할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대구염색산업단지는 1978년 비산염색전용공업단지 조성에 관한 조례가 공포되면서 조성됐다. 1980년 3만t 규모의 폐수처리장이 건설됐고, 1980년대 초반부터 조성된 폴리에스테르 가공 붐으로 염색업체가 활성화, 집적이 급물살을 탔다. 1987년엔 열병합발전소가 건립됐고, 1994년에는 공단 내에 염색기술연구소도 설립됐다.
긴 시간 동안 대구열병합발전소는 염색단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가장 큰 역할은 값싼 스팀으로 지역 염색 및 섬유업체들의 가격부담을 덜어줬던 것.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염색공단에서 생산해 입주업체에 공급하는 증기요금을 인하했다. 특히 지난 4월 스팀 가격을 올렸음에도 전국에서 가장 가격이 싸다.
또 긴 시간만큼 염색공단과 발전소를 두고 수많은 일들도 있었다. 2005년 공단과 발전소의 이전 논의가 시작되면서 시와 구청, 공단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함정웅 전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이 유연탄 운송 등과 관련된 공금 68억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관계자는 "별자리 중 순수하다는 처녀자리가 가장 관련된 이야기가 많듯이 염색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염색단지와 열병합발전소를 두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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