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문화재단, 사무처장 임명 '뒷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뽑아놓고도 市공무원노조 비판하자 발표 미뤄

대구문화재단(대표 김순규)의 신임 사무처장 공모를 놓고 온갖 말들이 나오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이 공모절차를 통해 선발한 적격자에 대해 대구시 공무원노조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서 대구문화재단은 공지 예정일이 지나도록 합격자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문화계에서는 대구문화재단을 둘러싼 대구시 문화정책의 구조적 문제점이 사무처장 인사를 둘러싸고 불거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무처장 왜 못뽑나?

지난달 김성열 사무처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은 후임 처장 채용 공모에 돌입,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후임자를 선발했다. 그러나 이 후임자의 개인적 문제와 관련된 루머를 문제삼아 대구시 공무원노조 일부의 원색적인 비난이 잇따르자 시와 대구문화재단은 합격자 발표를 한 차례 연기한 뒤 지금까지 발표를 미루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 공무원노조에서 해당 인사에 대해 저렇게 거칠게 비판하는 마당에 (합격자 발표를 할 경우) 분란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고 발표 연기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신임 사무처장 합격자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비판 내용이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것이어서 논란이 없지않다. 한 문화계 인사는 "당사자에 대한 루머가 있다면 철저한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하고, 단순히 루머로 인해 시끄러워지는 것을 꺼려 채용을 미루는 것은 책임 있는 기관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성열 전 사무처장이 계약기간을 1년 남겨둔 시점에서 사퇴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구 문화계에서는 '구조적이고 답답한 현실 문제가 결국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수성아트피아 관장으로 근무하던 김 전 처장은 2009년 대구문화재단 출범과 함께 대구 문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심사를 거쳐 채용됐다. 그러나 그는 3년 임기 중 1년을 남겨두고 사임했다.

이와 관련해 김순규 대구문화재단 대표는 "사무처장의 퇴사는 일신상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그 일신상의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김 전 처장은 평소 대구문화재단의 제한된 역할과 관료화된 인력구조, 대구시 문화행정 전반의 비전문성, 관료중심적 업무처리 등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김 전 처장의 한 지인은 "김 전 처장은 평소 '대구문화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이라며 "대구 문화계 풍토에서 그가 일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구문화재단의 역할 정립을

대구문화재단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20명의 직원이 있고, 연간 운영비는 약 10억원이다. 그러나 문화재단의 역할은 그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문화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구문화재단의 업무는 크게 지원사업(예술교육사업도 포함)과 문화도시운동사업으로 묶을 수 있다. 연간 20억원쯤 되는 문예진흥기금을 분배하는 지원사업의 경우 대구시청의 1개 '계(係)' 단위에서 담당하던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별도 재단까지 설립해놓고 단순히 문예진흥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또 대구에는 각종 문화예술단체를 비롯해 구'군립 문예회관이 있고 문화행사와 축제도 많다. 따라서 재단이 펼치고 있는 문화도시운동 역시 대구문화재단만의 독창적 업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구문화재단이 문화예술과 관련한 기획이나 정책수립과 관련해 손댈 수 있는 권한은 거의 없다. 대구시가 재단 설립 때부터 그렇게 규정해 놓은 것이다. 물론 향후 단계적으로 업무를 재단에 이양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먼 이야기다.

지역 문화계 중진 인사들은"연간 10억원이라는 운영비를 투입해 가며 문예지원사업과 문화도시운동사업을 펼치는 것은 예산낭비"라며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덜컥 재단만 설립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대구시와 문화재단 간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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