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밀가루 100t이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 전달됐다. 최근 남북관계가 어느 때보다 냉각된 상황에서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 이뤄졌다는 점에서 무척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이 같은 대북지원의 중심에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한국카리타스'이사장 안명옥 주교)이 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이 단체의 모든 실무를 담당하는 이종건 신부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출신으로 한국카리타스 초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이 신부는 대북 지원을 위해 수시로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 이 신부로부터 대북 지원과 한국카리타스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6월 초에 북한을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 방문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11월 '2010 서울사회공헌포럼'에서 한국제약협회가 1억5천만원의 약품을 맡겼고 그 약품을 대북지원에 사용하자는 의견에 따라 황해북도 강남군 인민병원에 지원하기로 했어요. 통일부에서 방출을 승인했고 지난 5월에 남포항을 통해 보내졌죠. 통일부가 이를 승인할 때 조건이 '분배 투명성'이었기 때문에 약품 분배를 제대로 하는지 모니터링하기 위해 지난 6월 방북 신청을 했죠. 이에 대해 북한에서 초청장이 왔고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하게 됐죠.
-북한을 둘러보니까 실상이 어떠했습니까?
▶평양에 도착해 남포항과 강남군 인민병원을 둘러봤어요. 평양 시내는 강성대국 100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내년을 맞아 도로 건설과 건축으로 한창이었어요. 사람들이 대규모로 동원돼 시끌벅적하게 공사에 참여하고 있었죠. 평양 주변은 우리나라 1970, 80년대처럼 모내기 공동 수작업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인도 옆 가로수 밑 자그마한 틈만 있으면 옥수수를 심을 정도로 노는 땅이 없었어요. 그만큼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것이죠. 강남군 인민병원은 예전부터 대북지원 NGO인 나눔인터내셔널과 천주교 단체에서 지원을 많이 했던 병원입니다. 당시 둘러보았을 때는 의약 소모품이 턱없이 부족해 의료기기들을 대부분 세워놓고 있었어요. 강남군 인민병원은 강남군에 소속된 읍, 리 주민들이 오는 꽤 큰 병원인데 수액(링거)이 가장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여름철이 되면 배앓이를 많이 한다네요.
-현재 남북 관계에서 어찌 보면 대북 지원은 민감한 사항일 수 있습니다. 대북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북 지원이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정치적으로 풀면 분명히 어렵습니다. 정치적 문제와 인도적 교류지원 문제는 다르다는 시각에서 봐야죠. 우리들의 목표가 '남거나 모자람이 없는 세상'입니다. 정치와는 별개로 앞으로도 대북지원 사업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달 중으로 이번에 지원한 밀가루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방북할 예정입니다. 또 북한에는 홍수피해 지역이 적잖은데 조만간 긴급 구호물품 등도 보낼 예정입니다. 앞으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가톨릭의료협회와 합동으로 움직일 계획입니다.
-한국카리타스가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생소한데 어떤 단체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2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산하단체로 발족했습니다. 복지와 구호 활동을 위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1975년 인성회를 결성했고요. 1991년 이 단체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로 이름이 바뀌었고 여기서 국제지원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한국카리타스가 분리된 것이죠. 한국카리타스는 전 세계 168개 회원국을 가진 세계적인 국제기구인 국제카리타스(본부 이탈리아 로마)의 회원기구이기도 하죠. 최근 아이티에서 재난 복구 사업을 하거나 미얀마 지원, 쓰나미가 발생했던 일본 돕기, 방글라데시 빈곤 모자가정 주택사업 등 다양한 긴급구호와 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카리타스는 국제카리타스로부터 대북지원을 위임받아 대북사업 실무책임기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죠. 한국카리타스는 1년에 한 차례 전국 각 본당으로부터 모이는 헌금과 1만 명에 달하는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카리타스 실무를 본 지 7개월여가 지났는데요. 남다르게 느낀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5월 로마에서 열린 국제카리타스 총회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 300명이 넘는 주교와 사제들이 모였어요. 그들 모두가 '미션이 남거나 모자라지 않은 세상을 위해'라는 하나의 생각으로 똘똘 뭉쳤죠. 그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는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느꼈어요. 또 한국카리타스 업무를 보면서 카리타스에 대한 정체성을 알았고 멀리 보고 넓게 보는 법을 배웠어요. 특히 대북지원 사업이 무척 보람된 일이더라고요. 북한을 갔을 때 통역이 필요 없으니까 정말 좋았고 생각하는 것도 우리와 똑같아 결국 우리는 같은 핏줄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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