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채권매수가 답… 한국경제 장기 낙관

유럽 재정 위기에 이어 미국 더블딥 우려 및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특성상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증시 체질 강화에 따라 2008년 수준보다는 강도가 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8년 코스피 폭락 재연?

세계 3위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넘어간 2008년 9월 당시 세계 금융시장은 공황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당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04.48포인트(4.42%) 폭락했다. 500포인트 이상 폭락은 9'11 사태 직후(2001년 7월 19일) 처음이었다.

미 증시 폭락은 이튿날 개장한 한국 증시에 공포를 불러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90.17포인트(6.10%)나 떨어졌다. 코스피는 9월 중순 1,470대에서 10월 하순 890대로 한 달 반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지수는 10월 21~24일 나흘 동안 268.88포인트(22.27%) 빠졌고, 주가는 2005년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강한 매도세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9월 16일부터 한 달간 2조9천3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연이은 악재가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비슷한 수준의 파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 경제는 아시아 각국과 비교해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는 것.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세계 금융시장 혼란에 국내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이달 2~5일 한국증시는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1일 2,172.31로 장을 마친 코스피는 2~4일 2%대의 폭으로 급락한 데 이어 5일 3.70% 폭락했다. 나흘간 무려 10% 넘게 하락하며 228.56포인트가 빠졌다.

반면 아시아 증시에서 한국과 더불어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은 대만 증시 경우 하락 폭(9.3%)이 10%대에 미치지 못했다. 홍콩 항셍지수(7.58%), 일본 닛케이평균주가(6.67%), 중국 상해종합지수(2.86%) 역시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었다.

◆"외자 이탈" vs "2008년보다는 약할 것"

잇단 금융 악재로 한국 증시의 외지 자본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2008년보다는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유럽 재정위기 악화로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스 사태 등으로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하면 아시아 통화 중 원화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인도네시아 루피화, 말레이시아 링깃화, 필리핀 페소화 등이 그 다음이라는 것.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에 프랑스와 독일계 은행에서 각각 300억달러, 170억달러가 들어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 양국에 대한 그 외 아시아 국가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는 싱가포르(420억달러), 중국(410억달러), 홍콩(350억) 등의 순이었다.

증권업계는 특히 유럽계 은행이 현금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외국인 투자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2009년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에 편입된 이후 유럽계 자금이 증가했고,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 다음으로 커졌다.

증권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추가 투자 금액을 1천억달러 수준으로 전망하면서 이 돈이 빠져나가면 외화유동성이 부족해지고 국내 기업들이나 금융기관에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국내 금융시장의 체질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충격은 2008년보다 작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한국이 대외변수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히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 경우 지난 한 달을 제외하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또 외국인이 주식을 팔지만 채권을 사는 것도 원화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는 "2008년에는 경상수지가 적자였지만 지금은 흑자로 전환됐다"며 "예전과 같은 취약한 모습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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