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총리에게 "음식이 맛없는 나라의 사람은 신뢰할 수 없다" 고 하였다. 맛있는 음식과 특별한 식문화가 없는 영국을 빗대어 한 말이다. 도시나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도시경쟁력이 문화경쟁력이고 핵심이 음식산업이다. 'Food becomes you'나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영어표현도 먹는 것으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말에도 '밥이나 먹는다'고 하여 직장이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제 3주 후면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구에서 열린다. 수많은 사람이 대구를 방문할 것이고 대구는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육상대회의 볼거리와 행사준비에 못지않게 방문객들에게 먹을거리를 잘 갖추어야 한다. 대구음식은 '맵고 짜고 특색이 없다'고 한다.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대구음식은 맛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행사에 대비하여 대구시와 학계, 업계, 음식포럼 등에서 대구음식의 국제화를 추진하였고 따로국밥, 찜갈비, 누른국수 등 이른바 '대구 10미'(大邱十味)를 선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미흡해 한다. 과연 이런 음식이 외국인의 입맛에 맞을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걱정이 많다. 음식전문가들도 원형 찾기, 새로운 메뉴 개발, 표준화 및 규격화 등 추가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구음식을 세계인의 입맛에 맛게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외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을 개발해야 하고 표준화, 규격화하고 가격도 적정해야 한다. 음식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나 전통적 맛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필자가 과거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대사관에서 농무관으로 근무하면서 한국음식의 국제화를 위한 시식회, 전문가 토론회, 홍보행사 등을 실시하였다. 한국음식과 식당에 대하여 "맵고 짜고 시끄러우며, 병원 응급실 같은 공간에서 무뚝뚝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외국인 평가를 본 적이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음식과 식당서비스의 현주소이다.
대구음식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첫째, 전통적 특성을 가진 음식을 잘 개발해야 한다. 지역 구석구석을 보면 외국인이 선호하고 나름대로 매력적인 음식이 많다. 이미 대구10선으로 선정한 따로 국밥, 찜갈비, 논메기매운탕, 누른 국수, 무침회, 납작만두도 좋다. 다만 너무 지역민 선호에 치중하지 말고 외국인 입맛에도 맞추어야 한다. 어떤 음식이든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같다는 이른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우리음식 특성을 살려야 한다. 음식에 대한 최근 추세가 건강과 안전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령시의 전통과 특성을 가진 대구다. 한방 향토음식이나 약선음식을 중점 개발하자.
둘째, 조리법과 메뉴의 표준화, 음식 명칭의 통일과 영문 표기의 표준화, 조리과정의 공개도 필요하다. 또 식당서비스를 개선하고 전문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상차림도 전통적인 '공간 전개형'에서 탈피하여 '시간전개형'으로 만들어내고 인스턴트 식품이나 간편식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식품 합중국'이라고 한 이유도 다양한 퓨전음식이 발전되고 있고 세계 각국의 음식을 수용하여 '식품 용광로'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 음식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유도 전통 일식과는 달리 메뉴와 맛을 현지인 입맛에 맞게 변형했기 때문이다. 청결한 음식, 담백한 맛, 깔끔한 포장이라는 3박자가 성공 이유이다. 베트남 쌀국수도 향신료의 너무 강한 맛을 줄여 세계화한 것이다.
셋째, 대구음식을 문화와 접목해야 한다. 음식도 디자인이고 예술이다. 세계 식품시장은 음식을 문화자산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추세이다. 이미 패스트푸드에서 슬로푸드로, 유기농 및 건강식과 연계한 로컬푸드가 인기를 끌고 문화와 접목되고 있다. 대구음식도 골목형 먹을거리 타운이나 거리형 먹을거리 타운 등 지역 문화와 연계한 음식타운을 만들어야 한다. 대구음식의 국제화에는 음식전문가만이 아니라 식품영양학, 문화인류학,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전문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문화경쟁력을 가진 대구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1세기를 '음식의 시대' 내지 '식품전쟁의 시대' 라고 한다. 음식이 국가경제와 민족 미래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음식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된다. 음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지역민이 합심 단결하여 중지를 모으면 전국 어디서도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대구 음식산업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대구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김재수(전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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