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때 선택의 기로에 서는 것은 고3들만이 아니다. 고교 진학을 코앞에 둔 중3들도 구체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때다. 전문가들은 "중3 여름방학 때 진로를 구체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고교에 갈지 택해야 뒤늦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현 중3학생들이 고교 2학년이 되는 2014학년도부터 수능시험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이에 맞춘 대비도 필요하다. 개편안은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을 난이도가 다른 두 유형으로 치르는 것이 골자다.
덩달아 중3 학부모들의 마음도 바쁘다. '대입을 위해서는 고입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는 조언에 따라 이리저리 정보를 모으지만, 요즘 고입 전형은 대입 못잖게 다양하고 복잡하다. 더욱이 아이 성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까닭에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도 많다. 여름방학을 맞은 중3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 선택 요령에 대해 살펴봤다.
◆중3, 진로부터 설정할 때
이지연(45) 씨는 중3 아들 때문에 속앓이 중이다. 주위에선 '학교 성적이 상위권이니 무슨 걱정이냐'고 하지만 이 씨 생각은 다르다. 외아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지만, 정작 아이는 진로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커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물으면 늘 '모르겠다' '나중에 생각해보겠다'는 답이 돌아올 뿐이다.
"장래희망이 없으니 어떤 고교에 진학하는 것이 좋을지 고를 수가 없어요. 아이는 그냥 일반계고에 가서 시키는 대로 공부하다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느 학교에 가든 열심히 하면 되겠지만 꿈이 없는데 스스로 공부할 의욕이 생길지 의문입니다."
학생들 역시 답답해하긴 마찬가지다.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 등 고교 다양화로 중3 학생들은 진로 고민에 빠져 있다. 수성구 한 중학교 김모(3년) 군은 "일찍 진로를 정한 친구들을 보면 저도 뭔가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공부는 중위권 정도일 뿐이고 딱히 흥미가 있는 분야도 없어요. 학원에선 고교 진학 후 학습 계획까지 세우라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어요."
대입 전형뿐 아니라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 등 고교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중3들에게 있어 진로 설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진로와 진학이 별개라는 생각도 옛말이 돼가고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시행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이 중시되고 입학사정관제가 확대 추세여서 대입 전략을 위해서도 진로 관련 활동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대륜중 송성민 교사는 고교 진학 이후를 고려하면 여름방학은 중3들이 적극적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송 교사는 "진로를 설정하면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가 명확해져 학습 의욕이 자연스레 높아지게 된다"며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업 선택→지망 대학과 학과 설정→목표 달성에 유리한 고교 지원 순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중학생을 위한 진로 지도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북구, 서구 등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글로벌리더십 교육과정. 진로, 학습 코칭 과정이 핵심이다. 이달 24~27일에는 진로 설정 후 대학 전공 선택을 돕기 위해 대구경북 15개 대학에서 53개 중'고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대학 전공학과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진로담당 한숙원 장학사는 "진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채 대학에 진학할 경우 학생들이 행복감과 성취감을 맛보기 어렵다"며 "글로벌리더십 교육과정을 대구 전 지역으로 확대하고 진로진학지원센터를 만드는 등 진로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교 선택, 어떻게 할까
대구 한 중학교 3학년 A양은 고교 선택을 두고 고민 중이다. 주변 친구들과 달리 일찌감치 장래희망은 생물학자로 정했지만,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일반계고 가운데 어느 곳으로 진학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과학 심화 과정을 익히려면 과학고가 나아 보여요. 교육 프로그램이 우수하다는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가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 모르겠어요. 내신 성적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일반계고가 대학 진학에 더 유리할지도 모르니까요."
고입은 대입의 전초전이다. 고교 다양화로 학교마다 교육과정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느 고교에 입학하느냐에 따라 진학할 수 있는 대학 수준과 진학 방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14학년도 대입에서는 수능의 영향력이 감소, 자격고사화하고 대학별고사와 입학사정관전형이 핵심요소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돼 제도 변화에 어느 학교가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올해 고입 전형은 '전기 학교'인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와 '후기 학교'인 추첨배정 일반고, 자율형공립고, 선지원 일반고 등 일반계고로 나뉜다. 특목고인 대구일과학고와 경신고, 대건고, 계성고, 경일여고 등 자사고는 학습계획서와 교사 추천서, 면접 등을 포함한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일반계고도 교육과정에 조금씩 차이가 나는 곳이 있다. 도원고, 함지고, 경상고, 심인고, 경원고는 과학중점과정을 2개 학급씩 운영하고 있어 수학, 과학에 관심이 있으나 과학고의 심화과정이 부담스러운 학생이 지원해볼 만하다.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으나 예고의 높은 실기 비중이 걸림돌이라면 예술 중점과정 2개 학급을 운영 중인 대구제일고로 눈을 돌리는 방법도 있다. 다사고, 포산고, 현풍고, 달서고, 대구중앙고는 후기 일반계고에 앞서 선발하는 선지원 일반고다.
무엇보다 고교 선택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교육과정과 진로·진학 관련 프로그램이다. 학교 설명회나 홈페이지를 통해 가고 싶은 고교가 변화된 대입 제도와 학생 개개인의 진로에 맞춰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는지, 창의적 체험활동은 얼마나 활성화돼 있는지, 대학별고사와 입학사정관전형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지 꼼꼼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참교육전략연구소 김기영 연구실장은 "내신은 고교 선택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특목고나 자사고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은 고교 내신성적 경쟁에 대해 걱정하지만 대입에서 내신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이라며 "자신이 설정한 진로와 교육 과정을 비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고입 담당 김현우 장학사는 "최근 흐름인 고교 다양화의 핵심은 학교별 자율성을 부여해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을 다양화하는 데 있다"며 "학생들은 자신이 설계한 진로를 보다 더 잘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교가 어디인지 찾아 진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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