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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국민소득 3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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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장기 집권을 목적으로 초헌법적 조치인 '10월 유신'을 단행했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과는 달리 겉으로 드러난 구호는 100억 달러 수출에 1인당 국민소득 1천 달러 달성이었다. 당시만 해도 소득 1천 달러는 꿈같은 얘기였다. 그해 국민소득은 322달러로, 북한의 316달러를 간신히 제친 정도였다. 그러나 5년 후인 1977년 한국은 소득 1천 달러를 뛰어넘는 위업을 달성한다.

이때부터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소득'이라는 통계치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정치의 성패가 바로 국민소득 수치에 달렸었다. 그리고 1995년 빈곤 수준을 넘어섰음을 알리는 1만 달러를 돌파할 때까지 한국 경제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였다. 그러나 잠시,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치자 1998년에는 소득이 7천355달러로 떨어졌다. 다시 1만 달러를 회복한 것은 2년 후인 2000년이었다.

그리고 2007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했다. 세계가 놀라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그러나 이듬해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2만 달러는 곧 무너졌고 2009년에는 1만 7천 달러대로 떨어졌다. 2만 달러를 회복한 것은 지난해다. 역사적으로 보면 2만 달러의 '턱걸이'를 넘지 못해 중진국으로 눌러앉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은 재도약의 기틀을 완벽하게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한국 경제의 애환은 국민소득 수치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런데 며칠 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한상의 초청 강연에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014년에 3만 달러, 2018년에는 4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소득 3만 달러라면 거의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신호인데 앞으로 3년 안에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경제성장률이 연간 4.5%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 조건하에서의 일이지만 정치적인 수사(修辭)만은 아닌 듯하다.

게다가 몇 년 전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미국 골드만삭스는 오는 2050년에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 1천 달러에 달해 일본 독일을 누르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부국이 될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전망까지 내놓은 상태다. 어쨌든 현재 우리의 목표는 3만 달러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3만 달러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세계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세계경제 지도가 뒤바뀔 지경이다. 국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3만 달러 달성이 험난한 길임을 예고하고 있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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