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가 대세이긴 하지만…."
한나라당 내 물갈이 논쟁이 수도권과 영남권 간 정치적 갈등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당내에서 정치적 텃밭인 영남권 중진의원들을 겨냥, '대대적인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자 영남권 중진들도 '지지율이 낮은 수도권에서 먼저 대대적인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영남권 물갈이론과 수도권 물갈이론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물갈이 주장이 현역의원 교체율이나 영남 중진에 한정됐던 논쟁에서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반발로 수도권과 영남권의 정치적 갈등 조짐으로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물갈이론은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내년 총선에서 대략 40% 중반대의 공천 교체는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달 2일 내년 총선에서 공천 실무를 총괄할 김정권 사무총장이 "내년 대선을 위해서도 총선에서 자기희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연말연시에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를 것"이라며 영남권 중진들을 직접 겨냥하면서 본격화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총선 승리=대선 승리'라는 명분을 지키며 불편한 기색을 참았던 영남권 중진들은 최근 당내에서 '경쟁력, 인지도, 지역구 활동과 의정활동 평가 등에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분들은 경선 자체에 나갈 수 없도록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자 드디어 폭발했다. 특히 이달 4일 김용태 기획위원장이 "지역구 내에서 대통령이나 당 지지율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일 경우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한다"고 한 발언이 알려지자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4선인 박종근 의원은 7일 이 같은 당내 움직임에 대해 "당이나 대통령 지지도가 낮은 수도권은 다 살고, 영남권은 다 죽으라는 무책임한 얘기다"며 영남권 물갈이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최경환 의원도 "수도권 선거를 이기기 위해 탄탄한 지역(영남권)까지 물갈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인재 영입 등 수도권에서 제대로 된 물갈이가 필요하다"며 수도권 물갈이론을 주장했다. 부산 출신 4선인 정의화 국회부의장도 "정치적 경륜이 있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중진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거들고 나섰다.
영남지역 초선의원들도 수도권 물갈이론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한 초선 의원은 "영남권이라고 무조건 물갈이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정두언 의원이 지역을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이상득 의원까지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은 잘못이다. 영남이 지역구라는 이유만으로 물갈이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또 다른 수도권 중심주의 사고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수도권과 영남권 물갈이론이 정면 충돌양상을 보이자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서고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최근 "당직자들이 공개적으로 공천을 얘기하면 공천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이라며 경고했고 나경원 최고위원 역시 '공포의 공천에 반대한다'며 물갈이론에 대한 거론 자체를 경계했다. 그러나 이미 불붙은 물갈이 논란은 쉽게 숙지지 않고 친이'친박계의 갈등에 이어 또 다른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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