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41) 탁구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은 탁구에 죽고, 탁구에 산다. 전임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래도 옆에서 보기에 좀 심하다 싶다. 종일 탁구인들과 통화하고, 국제대회에 주목하며, 세계무대에서의 기술 변화가 우리 선수들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강 감독이 탁구에만 빠져 산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강 감독은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지만 대구 지리를 전혀 모른다. 6년 내내 학교 안의 기숙사-교실-훈련장에서만 생활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제 별명이 '영감'이었습니다. 모든 일을 무던하게 소화하며 천천히 제가 할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고 선배들이 지어준 겁니다. 탁구에 입문한 이후 곰탕 우려내듯 기량을 키워왔습니다. 탁구 외 다른 영역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는 초교 2년 때 탁구 라켓을 잡은 이후 지금까지 30년이 넘도록 한우물만 파고 있다. 요즘엔 그의 아들(강선규'중2)과 딸(강다연'초6)이 대를 이어 탁구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혀 고민이다. 자녀들이 강도 높은 훈련에 집중하느라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지 못할까봐, 자신처럼 탁구만 아는 사람이 될까봐서다.
국가대표 탁구팀은 축구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전임감독제로 운영되고 있다. 프로 또는 실업팀 감독이 국제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는 야구 대표팀과는 다른 체제다. 강 감독은 지난 2월 공모 절차를 거쳐 탁구 대표팀 초대 전임감독(임기 2년)으로 부임했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강 감독은 "실업팀 감독을 맡을 때보다 성적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며 "유남규 남자 대표팀 감독과 힘을 모아 한국 탁구의 중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김천 구성면 임천리에서 태어났다. 조용한 성격에 별다른 취미가 없던 그는 다니던 초등학교에 탁구부가 있던 인연으로 탁구에 입문한 뒤 재능보다는 훈련 양으로 실력을 키워갔다. 본격적으로 탁구선수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대구로 탁구 유학을 갔다.
강 감독은 지금도 초등학교 시절 탁구실력을 가다듬어 주신 류정우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 그는 "그때는 아주 엄격한 분위기에서 탁구를 배웠다"며 "다른 친구들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마지막에는 함께 기량을 겨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대구경북 탁구 선수들의 기량이 매우 출중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남자 선수들의 경우 포항 두호고와 구미 인동고, 여자 선수들은 대구 상서여자정보고, 영천여고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며 흡족함을 나타냈다.
강 감독은 대구 대명초교와 심인중'고를 졸업하고 대우증권에서 실업팀 선수로 활약했다.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복식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친 뒤 1998년 은퇴와 함께 대한항공 여자탁구팀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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